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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일본

[도야마여행 #1] 동화 속 눈의 마을, 시라카와





도야마 여행 - #1
동화 속 눈의 마을, 시라카와





제가 여행한 지역은 일본에서도 '지붕'이라 불리우는 고산지대입니다. 그래서 겨울이 길고 봄이 더디게 찾아오는 곳이지요.
그 중에서도 시라카와의 '합장촌' 이란 곳을 찾았습니다. 마을의 지붕이 마치 손을 모아 합장하는 듯한 모습을 닮았다하여 생긴 이름이라고 하네요.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을만큼,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역이라고 하는데 .. 과연 어떤 곳일까? 기대가 부풀었습니다.

시라카와 마을의 정식 이름은 → 시라카와고 고카야마의 갓쇼즈쿠리 마을 (白川郷・五箇山の合掌造り集落) 입니다.
일본 혼슈에서도 내륙 지방인 '기후 현'에 위치해있죠. 도야마 현과 인접한 곳이라 보통 도야마 여행을 가면서 함께 가게 됩니다.




오른쪽 지도를 보시면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기후 현' 이랍니다. 저기서도 북쪽 고산지대에 시라카와 마을이 위치해있습니다.
도야마, 기후, 나가노 등 일본 주부 지방이라고 불리는 이 곳들이 바로 일본에서도 험준한 산들만 모여있다는 고산지대입니다.
해발 2000m 이상의 산들이 (한라산 높이가 1950m라죠?) 지붕처럼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삐죽하게 올라온 3000m 높이의 산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남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낮고 눈이 많이 내리며 겨울이 길다고 하네요. :D





이른 아침 호텔을 나서 버스를 타고 달려갑니다. 워낙 아침잠이 많다보니 흔들흔들 달리는 버스 안에서 기분 좋게 졸아버렸어요.
그러다 눈을 떴을 때, 나타난 모습이란.

어느새 시내의 흔적은 사라지고, 지난 겨울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높은 산들이 나타났습니다. 
헐 벗은 겨울 나무들이 4월이라는 시기에 아랑곳 않고 여전히 겨울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흐린 하늘조차 겨울 분위기를 더해주는 느낌.
고산지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척 보기에도 만년설이 쌓여있는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버렸네요. 

 





창 밖으로 펼쳐지는 황홀한 경치를 감상하며 잠깐 졸았다, 눈을 떴다, 하기를 수 차례.







어느새 나타난 자그마한 마을이 강 건너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친 나뭇가지 뒤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지붕들.
버스에서 내리자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어요. 옷을 따뜻하게 덧입고 목도리도 둘둘 둘러맵니다.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풍경.
고요한 마을 정경을 천천히 훑어보며 강을 건넜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강물은 쨍, 하고 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의심될만큼 맑고 투명했습니다. 마치 안동 하회마을처럼 이 곳도 강에 둘러싸여 있네요.
저 다리가 없으면 오고 가기 힘들 것 같은데 .. 이처럼 외따로 떨어진 산 속에 세계문화유산이 보존되고 있는 거군요.







마을 입구에서 토리이를 만났습니다. 토리이는 일반적으로 신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일본식 문인데요,
꼭 신사뿐만이 아니라 보통 불경한 곳(이승) / 신성한 곳(저승)을 나누는 통로로서도 쓰입니다.
아마 이 시라카와 마을이 엄격히 보호되어야 할 또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뜻에서 세워진 것이 아닐까요?







시라카와 마을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보호받고 있는 까닭은 - 다설지역의 일본 민간 생활이 그대로 보존 되어있기 때문이에요.
60도 경사의 지붕은 굵은 억새로 수십 명이 힘을 모아 얽어내, 마치 털모자를 쓴 듯 포근하게 겨울을 나게 해주고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오랜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지요.
예전에는 이 지역 일대의 모든 마을이 이런 양식의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시라카와 마을은 그 전통을 보전하고 있는 셈이에요.







이정표에는 고맙게도 한글이 적혀 있습니다. :D
자, 이제 마을을 돌아볼까요?








눈의 마을 답게, 이 날은 진눈깨비가 흩날렸어요.
깨끗하게 정돈 된 거리를 우산을 받쳐들고 천천히 걸으니, 뾰족한 지붕과 키 큰 나무, 커다란 눈 덩이, 낡은 나무 냄새가 참 낭만적이었어요.
일본의 많은 곳을 가보았지만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낯선 모습에 새삼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달까요?
일본 다우면서도 어딘가 일본이 아닌 느낌.







지붕은 두툼하고 폭신해보이는 모양이었어요. 눈과 바람을 맞으며 하얗게 새거나, 이끼가 앉기도 한 자연친화적인 모습.
낡은 지붕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쳐 새 지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네요. 그게 바로 '갓쇼즈쿠리(합장만들기)' 랍니다.




* 이미지 출처 : 시라카와 공식 홈페이지 - http://www.shirakawa-go.org/



바로 이렇게요!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ㅎㅎ) 이 엄청난 협동심이라니 .. 장관이겠다 싶더라구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모아 갓쇼즈쿠리!







지붕에 문이 떡하니 ..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출입하는 구조인가봐요. 특이하죠?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순수 목재건물이기 때문에 담배나 화기 사용은 엄격히 제한됩니다.








여기는 민박집인가봐요. 민슈쿠(民宿)라고 적혀 있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안동 고택체험처럼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이 곳도 그런 곳인 듯 하네요. :D

시라카와에서의 고택 체험, 어떠세요?







집집마다 평범한 일상처럼 눈 치우는 도구들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릴까요?
적설을 대비한 높은 지붕처럼 '눈'에 포커스가 맞춰진 가택 구조. 눈을 대비하고 눈을 치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생활속에 녹아 있을 그들.

한 겨울의 시라카와는 또 어떤 모습인지 무척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





* 이미지 출처 : 시라카와 공식 홈페이지 - http://www.shirakawa-go.org/


절로 웃음이 나오네요;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말 밖에는 ..
눈이 소복하다 못해 수북하게 쌓인 모습이, 마치 생크림 얹어놓은 집모양 과자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동화 속 풍경 같은 모습이긴 하지만, 이렇게 눈이 내리면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꽤나 힘들겠다는 생각도 .. (^^;)







두터운 눈을 견뎌낸 요 지붕이 새삼 대견해지네요. :D







그러나 이런 눈의 마을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 옵니다.
눈이 다 녹지 않았어도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가지에는 꽃봉오리가 조랑조랑 매달려 피어날 준비를 하네요.

어쩌면 일본에서 가장 늦은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일지도 몰라요. :)
매섭게 추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나는 야무진 벚꽃을 말이에요.







진눈깨비도 어느새 멎고, 개인 하늘이 파아랗게 드러납니다. 따뜻한 햇살이 시라카와 마을을 잠에서 깨우듯 구석구석 두드립니다.





 


아무래도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다보니 배수로가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어요.
맑은 물이 쉬지 않고 졸졸 흘러내립니다. 이게 바로 시라카와 마을의 '봄이 오는 소리'겠지요?








햇볕에 드러난 마을은, 안개 속에서 처음 보았던 '몽환적'인 느낌을 벗고 다정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마을처럼 보였어요.
아담하고 소박한 생활이 그려지는, 일상적인 공간으로요.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공간인 것 처럼요.







마을을 둘러보다 우연히 만난 죽공예 가게.
먼 발치에서 기웃기웃 거리고 있자, 주인 아저씨가 손짓을 하십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몇 대에 걸쳐 죽공예를 하고 계시다는 아저씨. 사진에 보이는 모든 완성품들이 아저씨의 솜씨랍니다.
요즘은 여행객이 많이 줄어서 심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원한다면 바구니 만들기 체험(이라 쓰고 일손돕기라고 읽습니다^^)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1시간이면 자그마한 바구니가 완성된다고 하네요.








아저씨는 이 눈의 마을 시라카와에서 담담히 일상을 이어나가고 계신 분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을 평범한 집. 문패의 모양도 집을 닮아있는 재밌는 모습!
시라카와 마을을 상징하는 뾰족하고 높은 지붕 모양의 문패에요. :D







또 재미있는 것은, 여기도 우리나라의 금줄처럼 고추를 감아 집 앞에 매다는 풍습이 있다는 것이에요.
물론 아들 순산을 상징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악귀를 막고 집 안에 복을 불러들인다는 다른 의미가 있지만요. :)




  




여행지에서는 기념품 가게에 들르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저는 보통 여행지에서 엽서를 많이 사요. 제가 좋아하는 어떤 분은 자석을 모으신대요.
여행의 추억을 자랑스레 늘어놓고 두고두고 간직하기에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답니다. :D







지인들에게 줄 선물도 잊지 않습니다. "세계유산 시라카와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라는 문구가 귀여워서 요걸로 선택.
눈코입 없는 빨간 얼굴 마스코트가 너무나 자랑스러운 포즈로 보여서요! (ㅎㅎ)




 

 

 
자 이제 '만남의 다리'를 건너야 할 시간입니다. 아쉽지만 시라카와에 작별을 고하도록 할까요?
처음 왔을 때 본 토리이(일본식 문)와 다리를 건너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눈의 마을 시라카와 - END
 
 
 
 


 

Ps.

우와! 다음 포스팅 작성할 힘이 팍팍 솟는걸요? ^ ^
찾아주신 분들 모두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