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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일본

겨울 홋카이도 풍경, 아름다웠지만 쉽지 않았던



겨울 홋카이도 풍경, 아름다웠지만 쉽지 않았던



지난 2월 17일, 홋카이도를 다녀왔다. 4박 5일동안 삿포로-오타루-조잔케이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겨울의 홋카이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나 영화를 통해 어렴풋 서정적이고 새하얀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직접 가보니 역시 말처럼 로맨틱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눈, 얼어붙을 것만 같은 날씨에 여행지에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워낙 추위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더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겨울에 홋카이도 오는 것은 너무 고생인 것 같다고 여행 내내 투덜거렸는데... 그러나 돌아오고나서, 사진을 하나하나 펼쳐보니 그저 아름답기만하다. 너무 아름다워서 감히 '그립다'는 생각이 들 만큼. 






치토세 공항에 비행기가 내리고, 버스를 타고 삿포로 시내로. 버스 안에서 언뜻 보기에도 메르헨틱한 풍경이 지나간다. 올 해 겨울은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지만, 삿포로 '눈'의 스케일은 비교조차 거부할 정도.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서야,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도 든다.


















삿포로 시내. 일정 내내 눈이 쉬지 않고 왔는데, 덕분에 집 앞 눈 치우는 사람들의 손 역시 분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통 쌓이고, 녹고, 다시 굳어 위태롭기 짝이 없는 빙판길이 이어지는 것에 비해, 이곳은 눈이 쉼없이 오다보니 오히려 길이 폭신폭신하다. 아예 미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다닐 만 하더라는. 물론 점점 신발에 눈 알갱이가 엉겨붙으면서 발이 시려오긴 하지만... 


다행히, 삿포로 시내는 지하도가 잘 되어 있어서 스스키노-오오도리 공원-JR삿포로 역 구간은 따뜻한 지하도를 이용하여 쉽게 걸어다닐 수 있다. 물론 지하도가 다니지 않는 길은 온통 눈밭이니 생활 방수 가능한 부츠가 필수다. 나는 급하게 마트를 뒤지며 부츠를 찾았지만, 2월 중순, 겨울의 끝물에 방수부츠는 커녕 겨울 신발 구비해놓은 곳도 잘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냥 어그를 신고 다녀왔다. 사실 어그로도 충분하긴 했다. 생각보다 신발이 젖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 어그도 어찌할 수 없는 추위 덕분에 밤마다 핫팩으로 발 마사지를 했더랬다. 


















오타루는 정말 아름다웠다. 소박하고 향수가 느껴지는 거리 모습이 딱 내 취향이었달까. 오타루 여행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운하 위의 야경과 오르골당도 무사히 감상. 눈이 내려도 너무 내려서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펑펑펑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듯한 함박눈 속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더랬다. 거리의 눈더미를 바라보며 생크림, 무스, 아이스크림... 식상한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어쨌든 탐스럽고 보드라운 느낌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전철에도 엉겨붙은 눈. 이런 풍경이 진짜 '홋카이도'의 겨울을 말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차량 앞머리에 눈이 쌓여있으면 좀 치울 법도 한데, 그럴 틈도 없이 다시 눈발이 쏟아지니 어쩔 수 없으리라. 철로 또한 눈이 쌓여 보이지 않는다. 용케도 다니는구나, 싶기도 하고. 








눈이 너무 와서 들어가려다 포기한 지역도 있다. 위 사진은 조잔케이의 신사. 눈 쌓인 신사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돌계단 오르는 것이 너무 위험해 보여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한 계단 오르는데 이미 무릎까지 눈이 차오르더란. 미끄러지면 그대로, 이 시골에서 비명횡사하겠구나 싶어 퍼뜩 백기를 들었다는. 실제로 눈이 너무 와서 진입금지인 코스도 있었다. 원없이 눈구경은 했지만, 여행길 자체는 순탄치 않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홋카이도는 언젠가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이 시리도록 하얀 겨울을, 꿈에서나 볼 법한 설경을, 겨울이 가진 모든 풍경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을만큼 사진 속 홋카이도는 아름다우니까. 그렇지않은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