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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일본

홋카이도 여행 비하인드 - 폭설의 추억


홋카이도 여행 비하인드 - 폭설의 추억



이제 슬슬 봄이 찾아오려는 듯 포근한 날씨가 시작되었다. 이 와중에 폭설 추억의 운을 떼려니 어긋난 계절감에 좀 민망하긴 하지만... 나의 이번 겨울, 그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해준 홋카이도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기에 도저히 빼놓을 수가 없다. :) 


눈의 나라 홋카이도. 세계적인 규모의 눈 축제가 벌어지는 곳인 만큼, '눈'이 자주 내리는 곳일거란 예상은 했지만 그 스케일이 이 정도 일 줄이야. 이번 여행은 여행이기 이전에, 취재를 위해 떠난 출장이었기에 곳곳에서 카메라를 꺼내야했는데, 가장 고생을 했던 부분이 바로 요거였다. 손가락이 얼어붙는 추위야 둘째치고 쉬지 않고 눈이 오니 렌즈가 속수무책이었던 것. 




오타루에서 





르 타오 전경을 찍으려는데 이런 사태. 눈 앞이 안보일만큼 쏟아지는 눈 앞에서는 셔터스피드니 조리개니, 기술적인 부분은 다 필요 없더라는. 10분만 서 있어도 우산이 묵직할만큼 눈이 쏟아지던 오타루. 


그러고보니 이 날은 아침부터 해 질 무렵까지 하루종일 눈이 왔다. 혹독하게 쏟아지는 눈 앞에서 지도를 펼치는 것도, 카메라를 드는 것도 힘들었을 정도. 게다가 전날의 강행군으로 아침부터 몸살기운이 진득하게 달라붙어있던 터라, 머리도 발걸음도 무거웠더랬지. 








오타루 명물로 유명한 키타카로. 원래대로라면 여기도 한 번 들어가봐야 했는데 우산을 한 번 접고 펼 때 마다 체력 소모가 심해서 포기. 엇비슷한 가게들은 과감히 패스하고 꼭 찍어야하는 곳들만 돌아보기로. 









쏟아지는 눈을 카메라에 담으니 나름대로 겨울 느낌이 가득해 운치가 있어보이지만, 이렇게 사진을 남기기까지는 꽤나 힘들었다. 숨만 쉬어도 코와 입으로 눈이 쏟아져 들어오는데다 닦아도 닦아도 렌즈에 잔뜩 눈이 끼어버리니... 발 밑은 미끄럽고, 눈이 발목까지 쌓여 걷기도 힘들다보니 여기저기 구도를 바꿔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말 그대로 '똑딱' 찍어내곤 다른 곳으로 이동. 돌아와 살펴보니 사진이 엉망; 그러나 이것이 당시의 나에게는 최선이었다며 변명해본다. 






죠잔케이에서 



다음 날 찾아간 곳은 삿포로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온천마을 죠잔케이. 강 상류 계곡에 위치한 마을이라 정말 '시골'같은 느낌의 아담한 동네였다. 그런데 시골이다보니 사람도 별로 없고 차도 없어서, 눈을 치우는 제설작업도 미비했던 것이 함정. 눈이 너무 와서 진입금지인 곳도 더러 있고, 여러모로 다니기 참 힘들었더랬다. 







죠잔케이 온천공원. 원래는 온천 폭포도 흐르고 캇파 동상도 있고, 고즈넉한 산책길이 매력적인 공원이건만... 눈으로 인해 뭘 찍어도 눈밭. 물론 이렇게 두툼하게 쌓인 눈 덕분에 노천온천을 하며 바라보는 풍경은 끝내줬더랬다. 취재하기 힘들었다 뿐이지 사실 여행할 때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다면 발이야 좀 시리겠지만 겨울 운치 만점일 듯 하다. 








겨울에 홋카이도를 찾는다면 무엇보다도 노천온천을 꼭 해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고 설경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끝내주는 경험. 펄펄 내리는 함박눈이 뺨에 닿는 서늘한 그 느낌조차 매력적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몸이 스르르 녹는 기분 또한 짜릿하기 그지없다. 









'눈이 아무리 와봤자...' 라고 생각하실까봐 비장의 사진을 꺼내본다. 실제로 눈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는 곳은 내 키보다 더 높이 눈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 사진은 흔한 관광안내표지판. 지도가 보고싶은데... 볼 수가 없네... 이러니 무슨 취재가 되겠는가! 








※ 머리 위 주의 - 얼음과 눈이 떨어지니 주의하세요!


이 표지판이 겨울 홋카이도를 시사하는 듯하다. 이것이 바로 눈의 나라 홋카이도의 위엄이랄까.

내 생애 가장 많은 눈을 봤다, 는 말이 그저 허풍이 아님을 이제 아시겠는지? 지금은 사진만 봐도 그저 웃음이 빵빵 터진다. 

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코스겠지만, 연인과 꼭 붙어 체온을 나누며 걷기엔 더 없이 낭만적인 곳, 홋카이도. 

여행하기 편한 것은 여름이겠지만, 이 땅의 진면목을 느끼려면 역시 겨울이 제격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참 인상적인 여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