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과 사랑에 빠진 9일, 아프리카 인트로





 

남아공 여행,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를 여행한 6박 9일 이야기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사실 걱정이 많았다. 날씨며 음식이며 치안이며. 가방을 싸고 집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도 설렘보다는 긴장이 컸던 것 같다. 인천에서 홍콩으로, 거기서 요하네스버그로, 그리고 다시 넬스프루트로. 약 스무시간에 육박하는 길고 긴 하늘여행을 거쳐 이윽고 아프리카 땅에 발을 내딛었을 때. 하늘을 보는 순간 그 모든 걱정이 한낱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새파란 푸르름이 머리 위로 흘러넘칠 듯, 풍만하기 그지없는 하늘이 지평선과 맞닿은 풍경을 보았을 때, 직감했다. 아프리카는 정말 완벽한 곳이구나.













남아공, 즉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자리잡은 아프리카의 심장이자 무게중심이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져 그 색채가 무척이나 다채롭다하여 '무지개의 나라'라는 별명이 붙어있기도. 이처럼 강렬한 원색이 도드라지는 아프리카의 일상은, 그들에겐 지극히 당연할지라도 여행자에겐 분명 자극적인 풍경이다. 토기처럼 검은 피부 위로 타는 듯이 빨간 원피스를 걸친 아프리카 여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곤 했으니 말이다. 하늘 아래 나풀거리는 스카프의 그림같은 선명함도 물론 잊을 수 없다.













남아공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단연코 사파리! 광활한 크루거 국립공원을 터프하게 누비던 랜드로버 위에서 목격한 '리얼 야생'은 일생일대의 순간이었다. 사자, 표범, 코끼리, 기린, 코뿔소... 동물원에서나 보던 동물들의 숨소리를 바로 곁에서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평생 잊지 못할 사파리에서의 3일. 태양이 뜨고 가라앉는 것을 바라보며 얼마나 마음이 벅찼던지. 사파리 이야기는 잠시 아껴두도록 하자. 짧게 풀기엔 너무나 많은 감동이 있었으니까!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케이프타운에서는 남아공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버릴 수 있었다. 아직도 잔존하는 인종차별 역사의 흔적과 건물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첫인상만을 말하자면,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케이프타운의 상징, 테이블마운틴에서 바라 본 풍경은 바다, 산, 숲이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숨 쉬는 그림중의 그림.













좋은 것을 보면 항상 떠오르는 사람. 이번 남아공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옆구리가 허전했다. 특히 선셋 크루즈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다정한 한 때를 보내는 유러피언 연인을 보자 괜한 질투심과 함께 부러움이.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로맨틱한 거리, 워터프론트에서는 석양과 함께 와인 한 잔 즐기는 선셋크루즈를 체험할 수 있다. 테이블마운틴에서 바라본 눈부신 풍경에 이어,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케이프타운의 낭만에 다시 한 번 반하는 순간이었다.













인종차별로부터의 해방을 상징하는 마을, 보캅(Bokaap). 원래 무슬림 및 유색인종이 모여 형성한 마을이었으나 해방을 기뻐하며 벽을 알록달록하게 색칠하여 더욱 유명해진 케이프타운의 명물이다. 10%의 백인에 의해 세워지고 통치되어왔던 남아공은 지금, 만델라 이후 평등의 과도기에 들어섰다. 아직도 흑인의 삶이 평탄하진 않지만 (그것이 남아공 치안의 약점이 되고 있기도 하고)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중이라고.













내가 남아공과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이기도 하다. 어디서나 먼저 "헬로우"하며 인사를 걸어오는 그들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면 누구 할 것 없이 이렇게 환하게 웃어준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집을 찍고 있으니 문을 열고 나오던 한 무슬림 아저씨. 사생활 침해였나싶어 괜히 마음이 뜨끔했는데 집 안도 들어와 구경하라며 선뜻 손짓해주시는 모습에 놀라버렸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친근한 모습의 그들은 나보다 여유로워보였다.













눈부신 태양과 시리도록 파란 하늘, 강렬한 이국의 냄새에 마음이 이끌리지 않을 사람 누가 있을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으면서도 만국공통의 정(情)과 향수를 느낄 수 있었던 남아공에서의 6박 9일. 1분 1초가 가는 것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더 길게 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었던 순간들.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을 이제야 겨우 갓 밟아본 나로서는 그들이 가진 자연의 풍요로운 은혜를 부러워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땅과 하늘.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사람들.








 






300년 역사를 가진 남아공 와인의 중심, 아름다운 와인마을 스텔렌보쉬(Stellenbosch)는 케이프타운에서 동쪽으로 40km 거리에 위치해있다. 공기부터가 달달했던 스텔렌보쉬는 마치 지중해의 작은마을처럼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묻어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곳이었다. 종일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사이 알큰하게 취기가 올라오는 바람에 더욱 새처럼 조잘거렸던 하루.





 









위성사진으로 아프리카의 밤을 들여다보면 전체가 어두컴컴한 가운데 유독 눈부시게 빛나는 곳이 바로 남아공, 그 중에서도 이곳 케이프타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탓에, 4월에 가을로 접어드는 남아공의 쌀쌀한 밤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야경. 남아공을 떠나기 전날, 시그널 힐(Signal Hill)에서 케이프타운의 마지막 야경을 만끽하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언젠가, 꼭 다시 오겠다고. 벌써부터 남아공에서의 지난 시간이 한 여름밤의 꿈처럼 아득히 느껴진다. 다시 한국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진다.













희망봉. Cape of Good Hope. 아프리카의 최서남단에서 포르투갈의 항해사 '바스코 다 가마'가 희망을 발견했듯, 나 역시 남아공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감동과 희망일지는 앞으로 찬찬히 채금해봐야겠지만, 비록 사금파리에 불과하더라도 앙금처럼 가슴 속에 가라앉은 '그것'들을 지표삼아, 내 마음의 '대항해시대'에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것이다. 바로 지금부터. :)














남아공과 사랑에 빠진 9일, 아프리카 인트로 - END
[글/사진] 로지나 : 캐논 SX40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