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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 사파리에서의 황홀한 24시간! - 크루거 국립공원 @사비사비(Sabisabi)







잊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기록한
사파리에서의 황홀한 24시간

@ 크루거 국립공원, 사비사비(Sabisabi)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이자,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사파리를 체험할 수 있는 '크루거 국립공원'은 남아공 넬스프루트 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듯, 보통 아프리카하면 세렝게티 초원을 떠올리지만 실제 규모는 크루거 국립공원이 더욱 크다고. (지난 글 참고) 다양한 나라와 국경을 접해있는 크루거 국립공원은, 그 내부에 다양한 회사의 롯지(Lodge)캠프가 있는데 내가 머무르게 된 곳은, 사비사비(Sabisabi)라는 곳이었다. :) (홈페이지 - http://www.sabisabi.com/)














크루거 국립공원의 숙박은 리조트나 호텔이 아닌 롯지, 혹은 캠프의 개념. 자연친화적인 간이숙박시설의 느낌이지만 사실 규모나 시설은 꽤나 럭셔리하다. 전기사용이 자유롭지 않아서 자주 정전이 된다거나, 램프를 더 활용한다는 점, 그리고 가끔 앞마당에 야생동물들이 뛰어든다거나 벌레가 많다는 점등이 자연친화적이긴 하지만, 서비스나 시설은 최고급이니 (물론 롯지에 따라 상이함)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일단 크루거 국립공원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하면 되도록 차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동물원이 아닌 야생지역임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길 것. 사실 크루거 초입에서부터 코끼리의 그것으로 추정되는 뼈들이 뒹굴어다닌 덕분에 신기하면서도 은근히 겁을 먹었다. (^^)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임팔라들을 뒤로 한 채, 우리의 베이스캠프인 '사비사비 세라티 롯지(Sabisabi Selati Lodge)'로!
사진 속 임팔라, 어쩐지 웃는 표정처럼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인가? (ㅎㅎ)













사파리의 편이성을 위함인 것인지, 롯지들은 제법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위치해있다. 사비사비 세라티 롯지도 크루거 게이트에서 무려 10km나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 그러니 밤에 나가 놀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심지어 밤에 숙소 밖을 다닐 때는 반드시 레인져를 대동하여야 한다는 규칙도! 물론 만일을 대비한 것이지만, 혹시라도 혼자 행동하다가 야생동물의 습격이라도 받는다면 아무도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점!










SABISABI SELATI LODGE




@ 로비(Lobby)

깔끔하고 아늑한 느낌의 세라티 롯지의 로비. 야외테라스에서 조식 및 중식을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 스탭이 가볍게 "Drink?" 하고 물어볼 경우, 따로 메뉴판은 없지만 주문하는 음료엔 모두 별도의 챠지가 붙는다는 사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 서비스인줄 알고 이것저것 시켜 마셨는데 체크아웃할 때 무려 300란드 가까이 지불했다. (-_-;)







@ 수영장(Pool)

롯지 한 켠에는 작지만 수영장도 있다. 날씨가 더웠다면 풍덩 빠져들고 싶었을지도 모르나... 의외로 우리가 머무는 동안 사파리의 날씨는 한낮을 제외하곤 쌀쌀한 편이었다. 날씨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욱 자세히. :)







@ 방(Room)

세라티의 컨셉은 전통 아프리칸. 아프리카 특유의 느낌으로 아늑하게 지어진 룸이 각각 독채로 되어있다. 오두막처럼 생긴 외형이 아담하고 귀여워보이지만, 내부는 의외로 넓고 럭셔리하다는 것이 반전! 로비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한 밤중에 이동할 경우에는 반드시 레인져를 대동하여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새겼다.





 



이처럼 커다란 더블베드가 방 중앙에 위치해있다. 욕실도 어마어마한 사이즈. 욕조와 샤워실도 별도로 나뉘어있다. :)
너무 넓어서 밤에 좀 무서웠지만 ... 조명을 켜두면 나름 아늑한 분위기.
침대의 캐노피는 단순히 장식용이 아니라 밤에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침대에서 바라보는 이 창문 밖 풍경이 너무 좋았다. 숲 속의 오두막에서 잠이 깨는 듯한 상쾌함! (^^)
시설면에서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으나, 전기가 자주 왔다갔다 하는 편 ... 슬리퍼, 헤어드라이어, 샴푸 등의 준비도 조금 소홀한 편이다.
사실 원래 없는건줄 알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방은 다 있었다며 ... 나만 너무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한 듯. (하하)












롯지에 체크인을 한 것이 약 오후 세시 무렵. 가볍게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고 오후 사파리를 나서기로 했다. 사파리는 하루 두번. 새벽 여섯시부터 아침 여덟시까지 두시간 가량 진행하는 아침 사파리와 오후 네시반부터 저녁 여덟시까지 진행하는 오후 사파리가 있다. 한낮에는 해가 너무 뜨거워 다니기 힘들 뿐더러, 동물들도 더워서 활동을 자제하는 시기라고 한다.













방마다 준비되어있던 망원경을 발견! 요걸로 야무지게 동물들을 봐주겠다며 야심차게 챙겼으나 ... 결론만 말하자면 망원경은 전혀 쓸모가 없다. 생각보다 동물을 굉장히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 때문 ... 얼마나 가까이서 보는지는 조만간 상세히 풀도록 하자. 망원경은 결국 딱 한 번 들고 나갔다가 짐만 되길래 얌전히 방 안에 모셔두기로 결정.













드디어 사파리를 나서는 순간. 터프한 사륜구동 랜드로버에 올라타고 거칠게 흙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TV 다큐멘터리와 리얼 사파리의 차이점을 꼽자면? 바로 바람, 먼지, 그리고 햇빛. 생생한 자연에 온 몸으로 부딪히기 때문에 미리 준비는 필수! 사진 속 모습이 꽤나 우스워보이지만 (-_-;) 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아침 저녁으론 온도가 몹시 떨어지는 크루거. 특히 오픈형 사륜구동에 올라타 달리고 있노라면 온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바람이 차다. 두터운 겉옷은 필수! 또 바람뿐만 아니라 먼지, 거미줄, 날벌레 등 온갖 것들이 입 안으로 들어오기 쉬우니 마스크도 필수! 해가 뜨면 곧바로 쨍쨍히 내리쬐기 때문에 선글라스와 모자 역시 필수! 마지막으로 선크림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치 뉴스에서 범죄자로 나올 것만 같은 차림이지만 마음만은 신난다! 폼이 좀 안나면 어때, 나는 지금 사파리에 있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두터운 겉옷, 마스크, 선글라스, 모자, 선크림은 필수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 :)
다행히 우리가 있는 동안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우산은 따로 필요가 없었지만 날씨에 따라 우산이나 우비도 준비하면 좋을 듯.





 

 






깜찍한 몽구스와의 조우. "얘넨 뭐야?" 하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경계심 가득한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몽구스와 작별 후, 머지않아 버팔로 할아버지를 만났다. 무리로부터 따로 떨어져나와 죽음을 조용히 기다린다는 늙은 버팔로. 하이에나의 먹이가 되든, 다른 육식동물의 뼈와 살이 되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눈빛이 서글프면서도 의연해보였다.












기력이 쇠하긴 한 듯, 우리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미동도 않던 버팔로. 원래 버팔로는 흥분을 잘하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위험한 동물이라고 하는데 거의 손 뻗으면 닿을 거리만큼 다가갔음에도 꿈쩍도 않았다.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뿔과 거칠어진 가죽을 보니 마음이 짠하면서도 이게 진짜 야생이구나, 싶은 감탄이 샘솟았다.













사파리 먹이사슬의 최하위이자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보여주는 동물은 임팔라. 그리고 임팔라 못지 않게 많이 보이는 동물이 바로 이 쿠두. 귀여운 얼굴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아 다소 생소한 동물이긴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소, 돼지'만큼이나 친숙한 동물이라고. 야생의 쿠두 역시 몹시 겁이 많아 자동차 엔진소리만 들려도 멀리 달아난다. :)













그리고 요놈들! 아프리카산 멧돼지(Warthog)로 라이온킹에 나오는 '품바'의 모델이기도 하다. 무리를 지어 정신없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 특이하게도 앞 무릎을 굽혀 청소기처럼 코를 바닥에 갖다대고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 경계심이 없는건지, 먹느라 정신이 팔린건지, 제법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굼뜬 모습. 이 멧돼지 역시 임팔라, 쿠두 못지 않게 사파리 안에서 자주 보이는 녀석들이다. :)














어쩐지 사파리 기초동물도감을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여유롭게 햇살을 받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중.













그리고 갑작스레 맞닥뜨린 코뿔소 가족. 그 덩치와 위용에 모두 침묵! 조용히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느릿느릿 길을 건너다니며 식사를 즐기고 있는 코뿔소. 엄마 코뿔소와 아기 코뿔소가 같이 있었는데, 비교적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던 엄마 코뿔소와는 달리 아기 코뿔소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이쪽을 주시.













요 똘망똘망하게 생긴 얼굴이 아기 코뿔소다. 풀을 우물우물 뜯어 먹는다 싶더니 갑자기 우리 차를 향해 돌진; 묵직한 걸음을 경쾌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당황한 일행들은 순간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만 흘렸더랬다. 그러나 차에 부딪히기 직전 멈춰 서더니 물끄러미 우릴 바라보다 다시 엄마에게로 갔던 당돌한 아기 코뿔소!













엄마와 사이좋게 식사하는 모습을 한동안 흐뭇하게 바라보다 우리도 차를 돌렸다. :)

 












어느덧 사파리에 해가 지고.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눈부신 석양에 마음이 벅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석양과 함께 사진을 남겨야겠다며 셀카 감행! (^^)
바람때문에 엉망이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쉴새없이 달리던 랜드로버는 사방이 탁 트인 초원에 들어오더니 잠시 멈춰섰다. 사파리 게임 드라이브 중에는 이렇게 드링킹 타임이 꼭 한 번씩 들어가는데, 석양 혹은 일출을 바라보며 건배를 하는 것. :) 일종의 쉬는 시간이랄까. 자연에 둘러싸인 이 순간을 조금이나마 길게 호흡할 수 있었던, 운치있는 시간.













소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말린 것. 육포같은 맛이 났는데 아프리카 전통 음식인 '빌통'의 한 종류인 것 같다. 겉보기에 썩 맛있어보이는 비주얼은 아니었지만 한 입 먹어보니 고소하고 짭짤한 것이 육포와 90% 비슷한 맛이 났다. 맥주 땡기는 맛 ... 크!













아쉽게도 맥주는 아니었다. 상큼한 레모네이드. 석양과 함께, 사파리에서 맛보는 달콤한 순간이었다. :)












개인적으로 나이트 사파리가 좀 더 재미있었다! 어쩐지 정말 모험을 즐기는 기분이라 ... (^^;) 레인져의 숙련된 운전솜씨와 트랙커의 매의 눈으로, 한 밤중에도 거침없이 크루거를 누빈다. 해가 진 지금 이 시기가 동물들이 주로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대인지라 더욱 주의깊게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 레인져는 운전과 함께 무전기를 통해 곳곳의 레인져들과 정보를 교환하는데, 한참 밤길을 달리다 문득 급히 핸들을 꺾으며 "표범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레오파드란 소리에 다들 흥분한 눈치!













우리가 도착한 곳에는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이미 와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나무 위를 비추고 있길래, 표범이 나무 위에 있구나!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구석구석 눈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표범은 나무를 내려온 뒤 ... 식사를 하고자 잡은 동물을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고 사람들이 소란을 떨자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 것이다. 하긴 이렇게 관중이 많은데 나 같아도 부담스러워서 밥 못 먹을 듯 ... (;)

결국 이 때 표범은 꼬리 밖에 못봤다. (하지만 꼬리라도 봤다는 사실에 흥분했던 나!) 지금 자리를 떴으니, 아마 한동안은 돌아오지 않을테고 새벽이나 되어야 식사를 할 것이라며 레인져가 말했다. 다들 아쉬운 표정. 그러자 레인져 말하길,

"내일 새벽에 다시 옵시다!"

식사 직후 배가 불러 몸이 둔해진 표범은 분명 이 근처에서 머물며 소화시킬 것이라며 이른 아침에 찾아온다면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오오, 하며 다들 경탄의 눈빛으로 레인져를 올려다본다. 그리하여 내일은 평소보다 이른 새벽 다섯시 반에 롯지에서 출발하기로 약속했다. 그나저나 나뭇가지에 걸린 저 동물의 정체가 영 궁금했기에, 돌아가는 길 레인져에게 물어봤다.

"It was a Warthog!"













아아 ... 너였구나 ... 멧돼지 너 이 녀석 ...
그는 좋은 멧돼지였습니다.













다시 롯지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별이 쏟아져내리는 밤하늘을 머리에 이고, 모닥불을 둥글게 둘러싼 낭만적인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겉보기엔 낭만이 넘쳤지만,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온갖 나방과 사마귀 덕분에 평탄치 못한 식사였다는 것은 우리들만의 이야기 ... (^^;)













그러나 분위기와 운치만큼은 정말 최고였기에! 사파리의 대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며 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
그런데 ... 오늘의 메뉴가 심상치 않다. 음 .. 쿠두 스테이크?






저 말인가요?






낮에 보았던 그 귀여운 쿠두를 스테이크로 먹는 아프리카의 이 대담함이란! 인간의 잔인함이란! ... 하고 탄식하면서도 자연스레 쿠두 스테이크를 주문한 나. 실제로 쿠두, 임팔라, 아프리카 멧돼지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주로 먹는 육류라고 한다. 야생동물을 잡아먹진않고, 따로 식용을 위해 기른다고 하니 ... 너무 충격받진 말아야겠다.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야지.













걱정과는 다르게 쿠두고기는 소고기와 맛이 비슷했다. 고픈 배를 채우는 동안 죄책감은 어디로 ... 한 몸 희생해준 쿠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며, 사파리에서의 첫날밤이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










남아공 사파리에서의 황홀한 24시간! (上) - 크루거 국립공원 @사비사비(Sabisabi) - END
[글/사진] 로지나 : 캐논 SX40hs


 





깨알같은 베스트 선정, 감사합니다. :) 임팔라 미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