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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중국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를 걷다. 기묘한 산책!





중국 상해가 여러모로 매력적이었던 까닭은, 정신을 쏙 빼놓는 고층 건물의 화려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전혀 다른 세계처럼 펼쳐지는 골목들이 마음을 빼앗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여기'는 21세기 첨단사회를 대변해도 좋을만큼 세련되고 웅장한 거리인데
조금만 다른 길로 발을 들여놓으면 펼쳐지는 '거기'는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낡은 향수가 느껴지는 거리라는 것.


그래서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걸어다녔다.
걸어다닐수록 흥미로웠던 기묘한 상하이 산책.


 

 


2박 3일 상해 여행 / 상하이 여행 / 중국 상해 / 중국 상하이




@ 난징동루



상해의 '명동'이자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난징동루 보행가.
뽐내듯 솟아있는 화려한 간판 사이로 빼꼼히 보이던 낡아빠진 거리.
이름도 목적도 희미한 이 뒷골목에는 어떤 드라마가 숨어 있을까.








@ 난징동루



상해는 여러 나라의 관여로 빠른 서구화가 진행된 탓에, 이렇게 독특한 건축구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오페라 극장의 박스석이 떠오르는 우아한 발코니 위로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이 짙게 묻어난 무심한 풍경.
이끼와 곰팡이가 낀 낡은 벽에서 엿보이는 시간의 흐름 덕분에 더욱 묘한 느낌이었다.








@ 신천지로 가는 길



여기서 한 블럭 더 가면 상해에서 가장 럭셔리한 거리 '신천지'라는 사실이 참 신기할 따름.
어쩌면 이 거리가 여행자에게는 잘 보이지않는 가장 평범한 상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예원으로 가는 길



거리 사진은 좋아해서 자주 찍지만, 의미나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보니 찍어두고도 쉽게 잊었다.
낡고 평범한 것들에게 마음이 쏠려 반사적으로 셔터를 누르면서도 그 순간일 뿐, 
집에 돌아오면 누군가와 함께 만든 추억과 특별했던 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스쳐지나가는 거리보다는 시간을 들여 둘러본 관광지가 훨씬 기억의 밀도가 높을 수 밖에 없고, 
혼자 흘려버린 단상보다 누군가와 나눈 따뜻한 대화가 더욱 가슴에 남을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혼자' 떠났기 때문일까. 








@ 신천지의 뒷모습



이번 여행의 목적은 거의 '걷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걷다보니 감탄도 감상도 고스란히 혼자의 몫. 
낯선 곳에 대한 경계심과 흥미를 동시에 느끼며 조심스레 기웃거리던 그 시간 동안,
누군가와 나누지 못하는 쓸쓸함보다 혼자 겪는 모험에 대한 흥분이 더 컸던 것 같다.








@ 프랑스 조계지



정말 상해는 매력적인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다채로운 얼굴을 갖고 있는 도시라니!
꼭 봐야 할 명소도, 위대한 세계문화유산도, 빼어난 절경도 없는 그저 도시일 뿐인데도 
시간이 뒤틀린 듯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극단적인 거리의 풍경이 더욱 풍부한 색채를 만드는 것이리라.







@ 태평교 공원



상해에 가서 뭘 봐야 할까? 여행하기 전 반드시 고민하는 문제.
이런저런 가이드북을 펼쳐 아무리 맛집, 레스토랑, 쇼핑몰, 관광지 정보를 습득해도
이거다! 싶을만큼 와닿는 것이 없었는데, 직접 가보고 상해의 '맛'을 깨달았달까.








@ 예원상장



무엇이 숨어있을지 몰라 내심 불안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상해가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기묘한 산책이었다.









베스트 선정, 칭찬받는 것 같아서 기뻐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