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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일본

시즈오카에서의 쉼표 : 안녕, 슨푸공원 - Relax in Shizuoka






공원, 이라는 공간은 참 뭐랄까. 모순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록으로 둘러싸여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철저히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가꿔지는 인공 공간이니까요.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빼곡히 들어찬 도시 한 가운데 커다란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하면서도 애처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공원은 -
사람들의 자기만족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훌륭하게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 커다란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 아래 책 읽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친환경적인' 모습이기 보다는 지극히도 '도시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면 괜히 서글퍼지곤 하지요










그러나 동시에 공원은 -

사람들이 자주 잊곤 하는 '초록의 고마움'을 일깨워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누구든 나무 아래 그늘과 무성한 풀밭과 포근한 흙길을 떠나서는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당장 공원 입구를 벗어나면 큰 도로에 차가 쌩쌩 달리는 긴박한 도시의 소음이 펼쳐지지만 사람들은 공원으로 모여들어 나무의 침묵을 즐깁니다.
한들한들 불어오는 바람, 푸릇한 풀냄새와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하늘,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는 벤치.
혼자서도 결코 외롭지 않은 공원에서의 시간.

 짙푸른 녹음은 여행자에게도 관대한 미소를 지어줍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의점표 샌드위치 한 입 쥬스 한 모금,
지도를 펴들고 다음엔 어딜갈지, 뭘 먹을지 끄적끄적 메모, 
여행하며 찍은 사진 리플레이하면서 살짝 정리 - 

뜨거운 햇살아래 하루종일 걸었던 다리를 잠시 쉬게 하고
달콤한 나무 그늘을 찾아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의 조각들을 끌어모으는 곳.

 그래서 자꾸 찾아가게 되는 것일까요? :D
















슨푸공원은 시즈오카 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가장 큰 규모의 공원입니다.
공원 근처로는 시즈오카 현청과 시티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지요.






 




요 깜찍한 레트로 버스의 이름은 '슨푸로망버스'
JR시즈오카역을 나오면 버스타는 곳이 늘어서 있는데 거기서 5번 정류장이 바로 슨푸로망버스를 타실 수 있는 곳입니다.

시즈오카 시티투어를 도와주는 여행자의 친구인 이 레트로 버스는 거리에 상관없이 승차요금 100엔.
착한 가격에 시즈오카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답니다. 배차 간격은 약 20분.
로망버스는 오후 4시 이후엔 운행이 끝나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해요! 시간표를 잘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이 버스를 타고 10분 가량 가다보면 슨푸공원에 도착합니다. 
슨푸공원은 JR시즈오카역에서 걸어가고자 하시면 30분~40분 정도로 가실 수 있는 거리에요.










이렇게나 햇살이 쨍!
그래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슨푸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에요.
슨푸공원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만년을 보낸 '슨푸성'의 성터와 망루가 남아있는 곳이지요.
그래서 시즈오카를 대표하는 '심볼'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슨푸공원이 옛 성터였음을 증명하는 해자.
오후의 햇살이 나른하네요. :)







* BGM : Isao Sasaki - Sky Walker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는 시즈오카의 사람들.













 







 






어렸을 땐 촌스럽다고 싫어했던 초록색이, 요즘들어 자꾸 좋아지고 있어요.
지치긴 지쳤나 봅니다. 쨍쨍한 초록도, 빛 바랜 초록도, 묵직한 초록도 전부 예쁘니 말이에요.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 이 순간, 저기 빈 벤치에 앉아서 음악이나 하염없이 들었으면!
감자칩을 뜯고 맥주를 마시며 노닥노닥 수다나 떨었으면!










시즈오카 슨푸공원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타츠미망루(다쓰미망루)도 들러볼까요?
오후 다섯시면 폐관하여 망루 위로 오를 순 없지만 겉에서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답니다.



 









이 날은 빛이 참 예뻤네요. :)
끝도 없이 렌즈를 쫓아다닌 빛, 혹은 그 반대.










전망대에 올라 바라 본 시즈오카의 모습입니다.
전망대 높이는 21층. 우리나라 고층빌딩에 익숙한 저에겐 그다지 높지 않게 느껴지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 보세요, 아래 전경을.
다들 어쩜 키들이 저리 나지막한지! 덕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하늘이 웅장하게 느껴졌어요.
날씨가 맑으면 저 멀리 후지산이 보여야 하는데 .. 산 머리에 깔린 뭉게구름 덕분에 후지산은 모습을 감췄어요. (흑흑)

로지나의 시즈오카 여행, 이렇게 계속 후지산도 못보고 끝날까요?





Ps.
 
저는 살짝 빛바랜 색감을 좋아해서 항상 사진의 채도를 살짝 낮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정하지 않은 이 날의 진짜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_^






Nikon P300  무보정 사진 짜잔-




이렇게나 쨍쨍한 빛이 가득.
말 그대로 '눈부신' 초록이었답니다. :)







시즈오카에서의 쉼표 : 안녕, 슨푸공원 - Relax in Shizuoka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