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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 사파리의 추억을 되새기는 4월




지난 해, 딱 이 무렵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다녀왔다. 여행사를 다니며,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항상 짧은 간격으로 자주 해외를 나가는 나에게 '여행'은 더이상 설렘따위 없는 '일'에 불과하지만, 남아공 출장만큼은 좀처럼 얻기 어려운 기회여서일까 늘 절절하게 가슴에 남아있다. 참 시간 빠르다. 벌써 4월이네, 하며 시간을 돌이켜보다가 작년의 초봄, 남아공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니 괜히 마음이 벅찬다. 








똑같은 사진으로 다시 쓰는 글이지만 그 때와 지금의 마음은 전혀 다르다. 행복에 도취되어있던 귀국 직후의 여행기는 지금의 내가 봐도 부럽고 눈이 부시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쓰리다. 해뜨기 전 어슴푸레한 새벽을 랜드로버 짚차로 달리던 그 때, 그 시린 공기가 이젠 가물가물하기 때문일까. 









지평선 너머로 붉은 고개를 들어 세차게 대지를 뒤흔들던 태양과, 눈부신 아침 볕 속에서 고고히 산책을 즐기던 코뿔소의 묵직한 발걸음과, 새벽안개가 걷히며 속살을 드러낸 서늘한 풀잎의 촉감. 온 몸의 세포로 생명이 깨어나는 순간을 감지할 수 있었던 사파리에서의 그 아침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 것 같다. 









만져질 듯 풍만하던 하늘과 포근하기 그지없던 땅의 강렬한 대비. 먼지바람 일으키며 차를 달리더라도, 그저 상쾌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이 탁 트인 풍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닭장 같은 사무실 안에서 하루종일 몸을 웅크리고 있다보면, 이런 풍경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남아공 여행 일정 전체를 몇 번을 돌이켜봐도, 역시 나는 '사파리'가 가장 좋았다. 사자 무리를 만나거나, 표범의 발자국을 쫓는 것과 같이 어디서도 쉽게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 사파리의 품에서 잠들고 일어나던 그 3일은, 내 인생을 통틀어 '살아있음'을 가장 강렬히 실감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남아공을 여행하기에 3-4월이 가장 좋다고 했다. 오히려 여름이면 수풀이 너무 무성하여 그림자에 동물들 모습이 가려지기 때문. 막 겨울을 지나 약동하기 시작하는 사파리의 숨결이 궁금하다면 이렇게 초봄 무렵에 찾는 것이 좋다고. 확실히 내가 여행했던 이 시기는 여행 내내 찬란하도록 맑은 나날만 이어졌다. 그 무엇하나 흠 잡을 수 없던, 완벽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