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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밤, 금빛 파우더를 뿌려놓은 듯 @ 시그널힐



남아공 여행 / 케이프타운 야경 / 시그널 힐






케이프타운, 이 낭만도시의 야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추천장소는 단연코 '시그널 힐(Signal Hills)'일 것이다.
우리는 남아공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밤, 이곳에 올라 빛나는 케이프타운을 굽어보기로 했다.

워터프론트, 롱 스트리트, 캠스 베이같은 번화가에서 시끌벅적 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을테지만
남아공을 떠나기 직전, 이 아쉬움과 고마움을 제대로 가슴에 새겨두려면 '지상에 내린 별'과 같은
도시 야경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










시그널 힐은 트래킹이 불가능하므로 차량으로만 이동할 수 있고,
석양 명소로서 유명한 곳이기에, 해 질 무렵이면 항상 사람이 북적북적.
인적이 드물지않아 치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지만 가로등이 전혀 없는 언덕이기에 밤에는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올랐을 땐 이미 자리를 잡고 석양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을 다수 볼 수 있었다. :)










아직 해가 지기 전, 늦은 오후의 빛이 은은한 케이프타운 시내를 사진으로 남겨본다.
'미니어쳐' 기능으로 찍으니 알록달록한 케이프타운 시내가 정말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 사용한 카메라는 캐논 sx40hs의 미니어쳐 기능










웨일 스트리트의 보캅(Bokaap) 마을이 바로 아래에 내려다보인다.
원래 노예로서 강제이주 되었던 사람들이 모여살던 마을이었으나
인종차별로부터 해방되면서 그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알록달록한 색으로 벽을 칠했다고.











아픈 역사의 상처와 동시에 희망을 담고 있는 이 색채가
바로 케이프타운을 대변하는 것만 같아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












점점 어두워지고, 하나 둘 씩 점등이 시작된다.












정확히 뭘 찍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셔터만 부지런히 눌러댔던 기억이 난다. 입으로는 계속 '아쉽다'를 연발하면서.

나는 6박 9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남아공을 여행하면서,
다시 한 번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을 상기할 수 있었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닫고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이 순간이 얼마나 그리울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사실 나는 도시의 야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인공적인 빛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
지금까지는 '한 번쯤 봐둬야지' 하는 의무감이었거나, 정신없고 현란한 네온불빛에 도취되고 싶어서였는데 
 케이프타운에서 처음으로 야경을 보며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절대 잊지 않겠노라는 다짐과 함께.










케이프타운의 야경은 결코 화려하지도 않고, 정신을 쏙 빼놓지도 않지만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나를 더욱 가슴 절절하게 만드는 향수가 있었다.
아마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노란 불빛 일색인 거리 때문일지도 모른다.









케이프타운은 대부분 백열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골드 파우더'라는 별명을 가진 야경을 보여주는데,
이 소박한 불빛들이 밤 바다, 밤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하늘로 쏘아올리는 레이져 빔도, 눈길을 잡아끄는 번쩍거리는 간판도 없지만
그 어떤 야경보다도 로맨틱하고 감성적이며 진정성이 와닿는달까.

 









끝없이 출렁이는 금빛 물결이 이 도시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줌을 당기지 않고 눈으로 바라본다면 시그널 힐에서의 케이프타운 야경은 이런 느낌.
한 때는 금광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던 이 도시가, 지금은 금빛 야경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는 셈. :)










지금, 시그널 힐의 쌀쌀한 밤 바람을 다시 떠올려본다.
사진으로 미처 다 담지 못했던 케이프타운을 되새겨본다.
하지 못했던 말이 있진 않은지 지금까지의 여행기를 살펴본다.

조금 유난스럽게, 오랫동안 이어온 나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여행기가 누군가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면
내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아프리카와 사랑에 빠질 것을 예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나의 이 특별했던 여행과, 감상과, 행복했던 마음을 모두 바치고 싶다.

하지만 분명 차마 다 꺼내지 못하고 남겨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손가락 끝에서 간질간질 일렁이지만, 결국 말로 환원되지 못한 내 감상들이.
언젠가 또 다른 글이나 사진에서 또 다른 형태로 모습이 나타나기를. :)



나는 마음 한 조각을 아프리카에 떼어놓고왔다.
언젠가, 그 조각을 찾으러 다시 20시간의 비행에 몸을 싣길 고대하며
남아프리카공 공화국 여행기를 여기서 잠시 쉬어본다.







케이프타운의 밤, 금빛 파우더를 뿌려놓은 듯 @ 시그널힐 - END
[글/사진] 로지나 :: 캐논 sx40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