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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남아프리카공화국

아기사자의 낮잠! 잠자는 사자의 콧털은 건드리지말라! (上) -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






잊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기록한

남아공 사파리 @ 크루거 국립공원

~ 잠자는 사자의 콧털은 건드리지말라! (上) ~









사파리의 아침은 특별하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태양이 고갤 내밀면서 자욱하던 안개가 스르르 걷히고나면, 신비롭기만 하던 풍경에 생명의 기운이 감돌기 때문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도 맡을 수 있는 짙은 생명의 냄새. 치열한 생존 문제는 잠시 뒤로하고 '살아있는' 것들이 새 아침을 맞았다는 기쁨과 평화가 감도는 사파리의 아침. 감히 인간의 자격으로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걸까, 싶어 위축되기도 했지만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망을 먼저 앞세워본다.










해가 완전히 뜨고나면 한적한 계곡에 차를 대고 잠시 모닝 티타임을 갖는다. 진하게 우려낸 홍차에 설탕과 밀크를 듬뿍 넣어 푸석한 비스켓을 먹었다. 우리와 같은 팀으로 드라이브를 한 스웨덴의 노부부는 지금 몇주째 사파리만 여행중이라고. 동물이야 거진 종류별로 다 봤다지만 그저 이 자연에 속해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하셨다. 사파리에 어떠한 목적을 갖기보다 사파리 그 자체를 즐기고픈 할머니와 할아버지. 정말 멋져보였다. :)











찬란히 빛나는 아침햇살을 뒤로 하고, 다시 랜드로버에 오른다. 탱크를 방불케하는 이 터프한 자동차는, 내 키 높이의 나무도 쉽게 쓰러뜨리고 습지, 수풀, 모래구덩이 가리지않고 거침없이 나아갔다. 정말 매력만점! 사실 처음엔 묘목 한 그루 쓰러질 때 마다 '이거 환경훼손 아닐까?'하고 괜한 걱정을 했는데 나중에 코끼리 무리가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니 이건 애교구나 싶었다.











상쾌한 모닝 드라이브 중에 아침햇살 제대로 받은 코뿔소 가족과 코끼리 가족도 만났다. :) 상세한 이야긴 언젠가 번외편으로 풀어보도록 하자. 아침에 사파리를 시작하자마자 벌써 빅파이브를 셋(표범, 코뿔소, 코끼리)이나 만났다며 신난 일행들. 다들 우리가 탄 자동차를 스쳐지나갈만큼 가까이서 만난 동물들이라 그 흥분은 그야말로 최고조! 마냥 귀엽다고 생각했던 코끼리가 포악하게(;) 나무를 집어뜯는 모습에 깊이 감탄하며, 사파리에서의 소중한 일분일초가 흘러가고 있었다.










동행한 레인져는 드라이버이자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하는데, 수시로 무전기로 다른 레인져들과 정보를 교환하여 어느 지점에 어떤 야생동물이 나타났는지 리포트한다. 그 지지직거리는 수신음 사이로 '라이언(Lion)'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곧장 핸들을 꺾어 악셀을 밟는 레인져. 항상 사파리에서 동물과 접하는 그의 얼굴도 살짝 상기된 것이, 역시 사자는 만인에게 흥분의 대상인듯!










랜드로버의 전면에 낚시의자 같은 것을 붙여놓고 위태롭게 앉아있는 트랙커. 동물의 발자국이나 배설물을 보고 자취를 쫓아 야생동물을 발견하는 역할을 하는 길잡이다. 시력이 얼마나 좋은지 자그마한 동물도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레인져가 보지 못하는 시야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동물을 발견함은 물론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새벽녘의 쌀쌀하던 바람은 어느새 시원한 정도로 변해있다. 먼지가 휘날리더라도 그저 상쾌한 기분.










그리고 우리 눈 앞에 나타난 것은 - 암사자와 아기사자 무리의 낮잠 풍경! 열마리 정도되는 소규모의 사자무리가 수풀 위에 배를 깔고 누워있는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D 어미로 보이는 큰 암사자 서너마리와 이제 막 사냥을 배우기 시작하는 듯한 아기사자들이었다! 자동차 엔진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 이쪽을 바라보면서도 제법 심드렁한 표정의 사자들.










사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금씩 가까이 차를 들이댔다. 몇 마리는 성가신 듯 슬그머니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꿈나라를 헤매느라 정신없는 아기사자들은 여전히 비몽사몽! 동물의 왕인데, 가장 상위 육식동물인데, 이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은 무어란 말인가 ...










몸살이 날만큼 사랑스러운 아기사자의 잠자는 얼굴에 좀 더 줌을 당겨보았다. 둔하게 눈을 끔뻑이는 아기사자의 얼굴 위로 쏟아지는 잠이 보일 지경. 보고있는 나도 같이 나른해지는 얼굴이다. 달려가서 그대로 우쭈쭈하며 마구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 명심하도록 하자. 이건 야생사자! 동물의 왕 사자! 나 따위 한입거리도 되지 않는 육식동물이라는 사실을! 

 








또 한 쪽에선 사이좋은 형제인듯, 어깨동무까지 하고 다정한 포즈로 낮잠자는 아기사자들도 있었다. 마냥 귀엽고 평화로워보이지만 아기사자의 앞다리에 난 상처에서 그들의 야생동물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앞다리에 상처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최근의 사냥에서 상처를 입은 듯. 한참 자립하기 위해 준비 중인 녀석들인 것이다. 괜히 대견한 맘이 든다. 보기만해도 아파보이는 저 상처는 슥슥 몇 번 핥으면 치료 끝이겠지. 이 얼마나 강인한 동물인가!











고된 사냥을 끝내고 잠에 빠진 듯한 이 얼굴은 영락없이 아기고양이 같다. 새근새근 숨 쉴 때 마다 벌름거리는 코와 부풀어오르는 배가 얼! 마! 나! 사랑스러웠는지 ... '사랑스럽다' '귀엽다' 이상의 어휘를 찾아내지 못하는 내 자신이 답답할 정도다. (-_-;) 자동차 엔진소리, 카메라 셔터소리에 호기심을 보이는 듯 슬그머니 잠이 깬 표정.











그에 비해 어미로 보이는 암사자는 잠에 취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 포스가 대단했다. 아래 사진은 특히 다부진 몸 근육이 드러나서 머리가 안보이는 B컷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팅한다. 단단해보이는 뼈와 근육, 두터운 앞발, 걸을 때 마다 부드럽게 출렁이던 어깨가 요즘 말로 '간지폭발'이었던 암사자.











엄한 포스가 느껴지는 또 다른 암사자. 그저 앞발을 긁느라 코끝을 찡그린 것인데도 너무 무섭다; 이런 암사자가 나를 향해 진심으로 포효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지 ... 생각만해도 오싹하다. 살짝 드러난 이빨도 정말 보통이 아닌 듯.











고양이과 중에서도 최상위 육식동물인 사자는 버팔로, 임팔라, 얼룩말과 같은 중대형 동물을 사냥한다. 코끼리도 사냥할 정도라고 하니 대단하다는 말 밖엔 나오지 않는다. 사자는 현재 대부분 아프리카에 서식한다. 과거에는 일부 인도 서부를 중심으로 인도 사자가 서식하였으나 현재 멸종위기. 무리를 지어 살고 탁 트인 공간을 좋아하는 사자의 습성 탓에 단독 생활을 하는 호랑이에 비해 사람들의 표적이 되기 쉬워 아시아에서는 빠르게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인도의 보호구역에서만 약 200마리 정도 남아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아프리카 사자는 사하라 아래를 중심으로 많게는 40마리 정도까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데, 그 무리를 '프라이드'라고 부른다. 우두머리인 숫사자는 주로 영역을 관리하고 사냥은 암사자 담당. 작은 동물을 말 그대로 '한 주먹'에 내리쳐서 즉사시키고, 대형동물은 강한 턱과 커다란 이빨로 목을 물거나 숨을 못쉬도록 질식시켜 잡아먹는다. 새끼는 프라이드 내의 암컷들이 공동으로 양육하는 것이 사자 무리의 특징이라고 한다. :)










아기사자는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몸에 반점이 남아있다. 사진 속 아기사자도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다리에 얼룩반점이 남아있는 모습. 반점은 어른이 되면 사라진다고 한다. 사자의 '몽고반점'인 셈이다. :)











내가 이 많은 야생사자를 실제로 보고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믿기지 않던지. 처음엔 사자들이 놀랄까봐 소리도 못내고 끅끅거리며 흥분했었는데, 한 30분쯤 나른나른한 사자들과 아이컨택을 하고 있자니 나도 나른나른해졌다. 그제야 몸에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사자들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는 모습이 고양이같기도, 개같기도 한 녀석들! 이토록 온순해보이는 표정 뒤에 야수가 감춰져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대형 육식동물들은 현재 멸종위기. 밀렵으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사실은 아프리카 사자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라이언킹의 실제 모델이었던 '바바리 사자'는 이미 멸종했다. 그렇다면 국립공원은 안전할까?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킬리만자로 사자도 멸종 위기를 맞이했다. 개체수가 격감하고 있음에도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 총들고 사냥하는 문명인들의 이기심뿐만 아니라, 야생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 원주민들 역시 생존, 혹은 다른 이유로 무분별하게 사자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파리에서 내가 느낀 것은 그저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동물을 실제로 봤다는 즐거움, 흥분만이 아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동물들이 서로 공존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순수한 경외심을 느꼈을 뿐 아니라 그들을 몰아낸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죄책감과 사명감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던 것이다. 사파리는 결코 신나는 휴양지나 모험지가 아닌, 진지하게 지금과 자신을 돌아보고 '지구인'으로서 자연과 공존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배움의 장임에 틀림없다.

어디까지나 인간이 중심이 아닌 세계. 동물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세계. 나는 그런 세계를 진심으로 꿈꾼다. 그래서 때로는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이 최고의 죽음'이라는 다소 과격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것. :) 차에 치이거나 병으로 죽는 죽음보다, 잡아먹혀 생명에 속하는 죽음이 훨씬 자연스럽고 숭고한 것 아니겠냐는 생각. 물론 이건 내 가치관을 최대한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고, 당연히 사자는 무섭다. 잡아먹으려고 달려든다면 필사적으로 도망갈거야 ... 내가 살고자 발버둥치는 것도 생명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부디 나의 이 집요하리만큼 길게 이어지는 사파리 여행기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사파리를 대형 동물원 쯤으로 여기시진 않으셨으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 사진에만 집중하지 않으셨으면. 얼마나 가치있는 시간이었고, 얼마나 행복과 동시에 슬픔도 느꼈는지 알아주시기를.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내가 크루거에서 만난 동물들은 모두 평화롭고 행복해보였다는 것이다. 그들의 평화와 행복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길 간절히 바라며. :)











아기사자의 낮잠! 잠자는 사자의 콧털은 건드리지말라! (上) -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

 






사파리 이야기 인기폭주..? (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다음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