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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일본

홋카이도, 당신이 여행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

당신이 홋카이도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



일본은 참 어느 곳을 가도 맛있는 것이 많다. 일본의 부엌이라 불리는 오사카부터, 트렌디한 맛집이 즐비한 도쿄는 물론이고, 지역마다 특산품이 가득하니 일본 여행 재미의 반 이상이 '식도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 중에서도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소문난 미식 기행지. 풍부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신선한 먹거리가 쏟아지니, '홋카이도산(産)'이라는 단어만 붙어도 그 식재료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사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홋카이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이어트 따위는 잠시 잊는 것이 좋다. 허리띠를 느슨히 하고, 엄숙히 '식신의 날'을 선포해야 할테니 말이다. 


요즘 예능의 강자로 떠오르는 MBC '아빠 어디가'에서 윤후 어린이의 먹방이 인기인데, 윤후같은 깜찍함 귀여움 발랄함은 없지만 만만찮게 홋카이도에서 '먹방'하고 돌아온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미소 라멘의 고향, 삿포로 


자고로 나는 라멘 매니아. 일본만 갔다하면 꼭 라멘 한그릇은 먹고 돌아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생면발의 쫀득함과 느끼하기 그지없는 돼지뼈 국물의 조화는 항상 나에게 베스트 오브 베스트.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규슈 지역의 돈코츠 라멘이지만, 된장맛 구수한 미소 라멘도 몹시 사랑한다. 


그런 나에게 삿포로의 첫 이미지는 '라멘의 도시'

그러니 삿포로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스스키노 거리에 위치한 라멘상점가 '라멘요코초'는 꼭 빠질 수 없는 코스였다.






칼칼한 매운맛 버젼과 노말한 버젼의 미소 라멘을 각각 한 그릇씩 시키고 흡입 시작! 이것이 바로 나의 홋카이도 여행 첫 끼 였으니... 비행기 연착 + 눈길 서행으로 예상 시간보다 5시간이나 늦게 호텔 체크인을 했던 우리는,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아침도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던 만큼 가열차게 라멘을 들이켰다. 매운맛 보통맛 둘 다 맛있었지만, 일본 라멘 특유의 느끼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매운맛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 





2. 초밥왕의 고향, 오타루 


단언컨대, 어렸을 때 읽었던 만화 중 가장 보면서 속 터졌던 만화로 나는 '미스터 초밥왕'을 꼽을 것이다. 만화책을 보면서 '손에 쥐고 있는 이 종이를 씹어 먹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던가.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터... 입 속에서 요동치는 바다내음, 감칠맛 폭발하는 참치 대뱃살, 황금처럼 빛나는 굴은 뭐란 말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빈곤하기 그지없던 나의 상상력은 도무지 그 맛을 상상조차 못했더랬다. 


그런데 그 '초밥왕'의 고향이, 바로 이곳 오타루라고 하니! 오타루를 여행한다면 '스시'만큼은 꼭 먹어봐야 하지않겠는가. 그 명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오타루에는 유명 스시점이 모여있는 '스시야도오리(스시가게거리)'도 있다. 





비장한 각오로 맹렬히 쏟아지는 눈을 헤치며 찾아간 스시야도오리... 

 






내가 찾아간 곳은, 오타루에서 유일하게 시장에 입찰할 자격을 갖고 있다는 '아사히즈시'였다. 싱싱한 고급 재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 게살 듬뿍 들어간 따뜻한 된장국(미소시루)까지 서비스로 내어준다. 싸우지 말고 하나씩 나눠먹으라고 같은 재료가 두개씩 나오는 모듬스시 3675엔. 꼭 먹고 싶었던 성게연어알덮밥도 (우나기이쿠라동) 3675엔이었다. 


비록 '미스터 초밥왕'의 심사위원들이 쇼타의 초밥을 먹을 때 마다 눈물콧물 흘리며 감탄하던 그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감탄을 했음은 틀림없다. 이 사진을 보는 지금,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사무치게 그리운 것을 보니 말이다. 






3. 스프카레를 아시는지?






사실 먹기 전에 가장 반신반의했던 것이 바로 이 스프카레. 일본에서도 거의 삿포로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독특한 퓨전 요리다. 수상쩍은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 먹어보면 훨씬 우리나라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칼칼하게 매콤한 카레향 찌개랄까. 밥과 잘 어울리는 뜨끈뜨끈한 국물 속에 채소와 고기가 듬뿍 들어가 건강한 맛이 난다. 단, 가게마다 레시피와 맛이 천차만별이라고하니 미리 조사해둘 필요가 있다. 


듣기로는 JR타워 쪽에 스프카레로 유명한 맛집이 하나 있다고. 내가 간 곳은 스스키노 거리의 '가라쿠'였다. 이곳 역시 줄 서서 먹어야하는 현지 맛집. 퇴근길의 직장인, 커플, 유학생, 혼자 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좁은 가게에 빼곡히 들어앉아 있더라는. 제법 일찍 갔는데도 앞에 세 팀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고, 한 20분 정도 기다려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야들야들한 닭다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인기 메뉴를 주문. 하루종일 추위 속에 오들오들 떨다가 뜨끈한 국물을 훌훌 들이켜니 몸이 순식간에 녹더라는. 거기에 맥주까지 곁들이면 환상 그 자체! 우리나라에 들어와도 제법 인기있을 메뉴 같은데... 하. 또 먹고 싶다. 






4. 징, 징, 징기스칸!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죠잔케이 온천에 몸을 담그고 나왔더니 두 뺨이 발갛게 상기되어 마치 '낮술'이라도 한 것 같은 모양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정말 낮술하자며, 추천받은 징기스칸 가게로. 징기스칸 역시 홋카이도에서 꼭 먹어야 할 명물로 손꼽히는 메뉴 중 하나다. 홋카이도의 소박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향토요리로, 그 정체는 살짝 양념이 밴 양고기 구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양념갈비같은 느낌. 밥도 술도 술술 넘어간다. 냄비처럼 생긴 독특한 불판이 마음에 들었다. 전골 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 집에 가는 길에 하나 사고 싶었던... 물론 안해먹을 것을 알기에 5초만에 단념. 알고보니 요 냄비형 불판이 징기스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5. 삿포로에 간다면 삿포로 클래식을!





공항에도, 술집에도, 편의점에도- 여기저기 보이는 것은 온통 '삿포로 클래식'이었다. 삿포로에서만 마실 수 있는 한정판 맥주라는데, 맥주 매니아인 내가 맛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 더 특별히 맛이 있다기 보다는, 기존 삿포로보다 좀 더 칼칼하고 산뜻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뒷맛이 나는 것이 특징. 맥아 100%로, 다른 첨가물없이 과거의 맛을 그대로 보전한다고 하니, 삿포로에서 꼭 맛봐야 할 명품 맥주가 맞긴 한 듯. 





삿포로 클래식의 인기에 힘입어, 삿포로에는 맥주를 키워드로 한 다양한 스팟들이 많다. 삿포로 맥주공장도 훌륭한 견학코스 중 하나. 맥주공장은 월요일이 휴관일이니 주의하자. 바보같이 나는 월요일에 찾아가서... (흑) 대신 삿포로 특산품을 몽땅 집합시켜 놓았다는 '삿포로 팩토리'로 향하여 삿포로 맥주들을 맛봤다. 삿포로 클래식 외에도 홋카이도는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비루(地ビール)가 있다. 지비루란, 그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향토맥주랄까. 일본 내에서도 각지의 지비루를 맛보기 위한 비어로드가 성행할 정도라고한다. 나도 가능한 여행지를 찾을 때 마다 지비루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마셔놓고 기록을 해놓질 않아서 맨날 잊어먹는게 함정. 


이번에는 삿포로 팩토리 지하에 위치한 비어가든 '비어켈러'에서 지비루를 맛봤다. 홋카이도에 처음으로 맥주가 들어왔을 때 그 맛 그대로를 재현하였다는 '개척사맥주'부터 더 강렬한 드래프트 비어인 '레드스타'까지. 맛을 비교하며 마셔볼 수 있는 '시음셋트'는 1250엔이다. 






이자카야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꼬치구이부터, 훈제생선모듬까지 맛있는 안주도 많으니 그야말로 일본은 애주가에겐 천국같은 여행지인듯!






6. 홋카이도의 프리미엄 유제품


일본 유학시절부터 느꼈던 거지만, 일본은 유난히 빵이나 케이크가 맛있다. 하다못해 편의점에서 100엔 200엔에 파는 빵 조차,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제과점 빵보다 맛있으니... 요즘같은 시대에 기술의 차이는 아닐텐데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슈퍼에서 우유 한 팩을 사먹곤 정답을 깨달았다. 바로 우유의 차이가 온갖 유제품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맛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일본에서도 낙농대국으로 손꼽히는 홋카이도. 거기서 만들어진 우유, 버터, 치즈가 워낙 훌륭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빵이며 과자며 케이크도 맛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깊게 파고들지않아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홋카이도의 모든 유제품은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이다. 






오타루 명물로 입소문난 '르 타오'의 치즈 케이크부터 시작하여, 






홋카이도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리치한 우유맛이 일품인 푸딩까지.

보기만 해도 행복한 맛있는 간식들이 어쩜 이리 많은지, 여행 내내 행복한 비명을 지른 빵순이가 여기있다. 심지어 호텔 조식으로 나오는 버터조차 홋카이도산. 버터만 핥아먹어도 고소하기 그지없더란. 


위 사진 속 푸딩은 스스키노 거리에 위치한 '사무라이 푸딩'이다. 남자의 푸딩을 표방하여 덜 달고, 더 농후한 맛이 나는 푸딩으로, 내가 고른 것은 '밀크리치' 맛. 정말 내가 먹어본 푸딩 중 역대 급으로 맛있는 푸딩이었는데... 그 맛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것이 한이다. 아무래도 이걸 다시 맛보기 위해 홋카이도 재방문을 계획해야겠다며. :D


이처럼 미식기행을 꾀한다면 이곳보다 좋은 곳이 없을 정도로, 홋카이도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예산관계로 차마 못먹고 돌아왔지만 '게'요리 또한 홋카이도의 명물 아니던가. 그러나 게를 못먹었다 하여도 부족함을 못느낄 만큼, 매 끼가 충실하게 맛있었다. 




+ 궁금하신 가게 정보는 댓글로 문의주시면 상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D 결코 정리하는게 귀찮아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아닐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