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상하이.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어지럽게 공존하는 그 매력적인 도시는,
골목마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 법한 비밀스런 표정을 띠고있다.
빛이 넘쳐흐르는 듯한 화려한 거리, 상해에서 가장 화려하다해도 과언이 아닌 신천지.
루이뷔통, 까르티에, 포르쉐 등 입이 딱 벌어지는 유명 브랜드 샵으로 뒤덮인
그 거리에서 고작 몇 블럭. 도보 10분쯤 떨어진 곳에 자리한 동타이루는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역사의 숨결이 남아있는 잡동사니로 가득한 곳이었다.
상하이 골목여행 take #1
시간이 멈춘 동타이루 골동품시장
로지나 Rosinha.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소란스럽지 않은 가느다란 빗줄기에 까칠한 아스팔트가 촉촉히 빛났다.
난징동루, 난징시루, 인민광장, 와이탄, 예원, 신천지- 상해의 주요스팟은 대부분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
낯선 거리 위에 있다는 기분좋은 도취감에 들떠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며 걷다보면 어느새 도착하곤 했다.
동타이루 역시 신천지에서 출발하여 불과 10분쯤 지났을까. 지하철로 가면 1호선 황피난루역에서 가장 가깝다고.
상하이 동타이루 골동품시장의 첫인상을 풀어보자면, 마치 '인사동'과 같은 냄새.
낡고 오래된 물건들이 뽀얀 먼지를 덮고 잔뜩 쌓여있는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았다.
비 내리는 탓에 점포의 반이 닫혀있었지만, 천천히 둘러보기엔 충분한 길이였다.
사실 '인사동'도 그렇지만. 이런 곳은 이방인의 주머니를 노리기 위한 '가짜'골동품이 가득한 법.
얼핏봐도 메이드 인 팩토리라고 적혀있을 법한, 대량생산의 낌새가 보이는 어설픈 물건들이 보였다.
그러나 이런 오리엔탈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노랑머리 외국인들에겐 그래도 좋은 기념품이 되는 듯,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몇몇 점포에서 이런 어설픈 잡동사니가 보인다고 하여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진정한 고수는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있다던가!
동타이루 골동품시장은 얼핏 단순한 길로 보이지만,
가게 뒤에 가게가, 점포 속에 점포가 자리잡은 복잡한 미로같은 곳이다.
정말 진귀한 골동품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찬찬히 둘러본다면 나에게 꼭 맞는 보물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떠도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이 골동품 시장은
척 봐도 골동품 흉내만 내고 있는 어설픈 물건들부터 시작하여
손 대면 바스라질 것처럼 낡아빠진 진짜 골동품까지 모조리 품고 있다.
진짜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는 안목과 취향만 있다면
오래된 것, 낡은 것, 사라져가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쇼핑공간이 아닐지.
심지어 이 곳은 흥정에 따라 한 물건의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하니-
'진짜' 보물을 찾아 낼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거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반드시 사고싶은 물건이 없더라도 괜찮다. 동타이루는 그 풍경만으로도 재미가 있으니까.
저건 뭐에 쓰는 것일까. 이건 얼마나 시간이 흐른 물건일까. 추측조차 어려운 물건들!
여심을 단 번에 사로잡는, 끝내주는 인테리어 소품이 될 만한 '아이템'들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속 빨간 등은 좀 더 사이즈 작은 것으로 집어오고 싶었지만
비 오는 와중에 손상없이 갖고 올 자신이 없어서 포기한 물건이다. (흑)
한 골목, 또 고개를 꺾으면 자꾸만 새로운 물건들이 나온다.
퀴퀴한 가죽 냄새가 날 것 같은 낡은 가죽 가방과 각 잡힌 공안 모자,
주렁주렁 매달린 알목걸이에, 유머러스한 나무 조각상들 ...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기는 골동품 시장.
그러니 크게 뜬 눈에는 호기심을, 머릿 속 의심엔 관대함을,
주머니엔 가벼운 마음을 채우고 동타이루 골동품시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1) 지하철 1호선 황피난루역에서 A, B, C지점으로 (큰 길 따라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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