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돌이켜보며, 사진을 정리하며, 또 글을 끄적이면서 저 역시 다시 한 번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여러분께도 시즈오카가 제법 친숙한 동네가 되었길 바라며 - 마지막 녹차 이야길 해볼게요! :)
:: Volume up ::
* BGM : Olivia - Sweet Memories
'녹차의 나라'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일본 최대 녹차산지의 위용을 뽐내는 시즈오카.
자그마한 텃밭만 있어도 차를 기른다는 시즈오카는 과연 푸릇한 녹차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모습이었습니다.
- 시즈오카 도착하던 날,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모습.
특히 시즈오카 공항 근처에 녹차 산지가 밀집되어 있는 모습.
그래서 비행기에서부터 이렇게 녹차밭이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
초록이 근사하게 남아있는 곳은 아직 녹차를 수확하지 않은 밭이고,
갈색빛이 도는 곳은 녹차 수확이 끝난 곳이랍니다.
시즈오카에서는 보다 전문적으로 시즈오카 녹차를 접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다실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가 찾은 곳은 '교쿠로노사토(옥로차의 마을)'
일본 전통이 향이 느껴지는 정갈한 정원에서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자,
일본 고급 녹차의 한 종류인 옥로차(교쿠로)를 마셔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일본 연못에는 항상 잉어들이!
일본인들은 잉어를 사랑의 물고기와 같은 상징적 존재로 생각하고 항상 생활 가까이에 두곤 했어요.
잉어를 일어로 코이(鯉)라고 하는데, 이게 바로 사랑을 뜻하는 코이(恋)와 동음이의어거든요. :)
이곳이 바로 고급 일본 녹차인 교쿠로의 밭입니다.
교쿠로, 즉 옥로차는 일본 센차 (녹차 중에서도 맑고 향긋한 차)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재배방법이나 마시는 방법이 다른 센차와는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저도 사실 이런 내용은 시즈오카현 블로그를 통해 접했다는 후문 (..)
* 원문 바로가기 → http://blog.naver.com/goshizuoka/150091381224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 교쿠로의 경우 60도 정도의 저온에서 우려낸 맑은 센차로
쓴맛이 적고 특유의 단맛이 있어 부드럽고 향긋한 고급차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날은 촉촉한 비가 내렸어요. 근데 오히려 그게 더 운치가 있더라구요!
비 내리는 녹차밭엔 흙냄새와 더불어 풀잎냄새, 녹차냄새가 진하게.
조용하고 깔끔한 교쿠로노사토에서 다도체험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만 같죠?
여기가 바로 다도체험을 할 수 있는 다실. 비 내리는 정원이 바로 보인답니다.
어쩐지 시대극 속으로 들어와버린 듯한 묘한 기분에 가슴이 다 설레더라구요 ~
원래 다도체험에서 기모노는 제공되지 않지만, 이 날은 촬영을 위해 특별히 기모노를 빌려보았습니다.
모델 역할을 해준 성희는 빨간 기모노가 정말 잘 어울렸어요! :)
* 블로그 바로가기 → http://blog.naver.com/bs8685
까만 머리, 하얀 피부, 빨간 기모노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그녀의 모습 ~ 일본 영화의 한 장면 같죠?
차를 마신다는 것은 쥬스나 여타 음료를 마시는 것과는 다르게 조금의 번거로운 수고가 필요하지요.
원래 차는 약용으로 시작되어, 기호식품화 되면서 그 맛과 향을 즐기는 취미생활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다도 역사나 기원은 저도 잘 모르지만, 그 효능과 특유의 수고로움 때문에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내어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예법이 중요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되네요. :)
녹차가 처음 시작된 머나먼 과거에는 찻잎이 황금보다 비싸기도 했다고 하니 귀족문화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을테고요.
보통 일본의 다도, 라고 하면 말차(맛챠)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지요.
거품을 내어 마시는 이 씁쓰레한 말차는 그 진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달달한 화과자와 함께 얼음을 띄운 시원한 말차를 마셔보았어요.
아무래도 전문가의 손에 의해 고이고이 길러지는 녹차보다,
정말 앞마당에서 기르는 듯한 녹차(물론 민가에서 재배되는 녹차도 훌륭한 품질을 자랑합니다!)밭이 보고 싶어 이동해봤습니다.
교쿠로노사토의 녹차는 이미 수확이 끝난 상태라서 푸릇함이 덜하기도 했구요!
말씀드렸다시피 공항 가는 길엔 끝없이 녹차밭이 펼쳐져 있어서 뭐 찾는게 어렵지도 않았어요.
우왕 녹차밭이다♥
녹차밭, 하면 미디어를 통해 접해왔던 것이 있으니 상상으로 떠오르는 풍경이 있는 법인데 정말 상상 속 그대로라 신기했어요.
근데 개인 소유의 녹차밭이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수확을 체험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흐흐;
그런데! 운좋게도 잠깐이라면 녹차밭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촬영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본격 녹차 사진촬영회 ..
이것은 흡사 팬과 아이돌의 만남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취재현장.
저 역시 녹차 촬영 삼매경에 .. 근데 지금 보니 비슷비슷한 녹차밭 사진만 100장 .. ;
그, 그래도 초록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하하하!
일단 급한 마음에 녹차님 바짓가랑이 붙들고 클로즈업 촬영도 감행해봅니다.
비에 젖어 촉촉한 녹차님의 얼굴. 싱그럽네요 ~
이 싱그러움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무보정 사진 투척합니다. 쨍쨍한 초록색이 예쁘죠?
노출오버로 찍은데다 보정을 안했더니 눈부시네요. +_+
저의 녹차밭 이미지를 최대한 표현한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남겨봅니다.
시즈오카 녹차가 특별한 것은, 그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지산에서 시작된 맑은 물의 정기를 받아 길러진 차나무들이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높은 품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랍니다.
또한 시즈오카가 차나무를 재배하기에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기도 하구요.
시즈오카 녹차, 방사능 괜찮을까?
조금 민감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실은 시즈오카 녹차도 최근의 후쿠시마 방사능 사태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시즈오카 녹차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인데요,
기준치는 1kg당 500베크렐이지만 검출된 세슘이 1kg당 679베크렐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지금까지는 녹차와 방사능이 무관한 관계였다보니 그 기준치가 무척 낮았기 때문에
이번 기준치 오버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재배 농가의 반발도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베크렐이라 함은 미량의 방사선 양을 나타낼 때 쓰는 단위라고 합니다.
TV에서 자주 들리는 그레이와 시버트는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방사선 수치를 나타낼 때 쓰는 단위라고 하구요.
(* 참고뉴스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32415492062734)
저도 1kg당 500베크렐이란 양이 얼마나 되는 수치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아요. 그래서 여러모로 찾아봤는데,
요즘 방사능 수치에 대해서 비교할 때, 많이들 엑스레이 촬영을 예로 들잖아요?
"1㎏당 679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차를 하루 10g씩 1년간 섭취해도 엑스선 촬영 한 차례 한 것보다 피폭량이 적다"고 하네요.
(* 출처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485486.html)
그래도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고 .. 우리같은 여행자들이 한 두잔씩 마시는 것 쯤이야 문제 없겠지만,
굳이 시즈오카 녹차를 대량구매 해와서 장기음용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안타깝지요. 방사능으로 인해 점점 불거지는 피해들이.
우리나라 역시 조만간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텐데,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무력함이 참 막막하네요.
... 아니 근데 왜 시즈오카 여행기 마무리가 이렇게 어둡게 끝나는거죠?
이, 이래서야 .. 괜히 즐겁게 여행 다녀와서 숙연한 분위기만 조성하고 마침표를 찍는게 되네요!
안되겠어요. 시즈오카 여행기, 보다 행복한 마무리를 위해 한 편 더 쓰겠습니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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