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중국
상해여행 - 점입가경 예원! 과거로 떠나는 산책
로지나 Rosinha
2012. 3. 21. 12:15
어렸을 때 봤던 <황제의 딸>이나 <황비홍> 덕분일까, '중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붉은 건물, 하얀 벽,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지붕, 돌과 나무와 연못이 웅장히 어우러진 정원-
상해의 여행 명소로 가장 이름높은 '예원'의 풍경은, 이처럼 마치 추억 속 장면과도 같다.
모르는 사이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거리. 북적이는 사람들과 낯선 중국어가 뒤섞인 곳.
온전히 이방인이 되면서도 낯설지만은 않은 예원 속에서, 상해를, 그리고 중국을 만끽해본다.
상하이에 왔다면 예원을 가라
보통 '상해에서 이것만은 꼭 봐야한다'는 명소를 꼽자면,
랜드마크인 동방명주와 더불어 바로 이곳 예원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다.
특히 외국인 여행자는 물론 내국인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는 '예원'은
마치 황제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화려함을 뽐내고 있을 뿐 아니라,
예원을 중심으로 전통색을 내세운 상가가 주변에 조성되어있어 볼거리도 다양하다.
400여 개의 상점이 빼곡히 들어선 예원상장(豫園商場)은 상하이 최초의 번화가이자 가장 역사가 오래된 상설시장이기도 하다.
명, 청시대 풍으로 조성된 이 거리는 백화점 같아 보이기도, 재래시장 같아 보이기도 하는 오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골동품, 진주, 도자기, 붓, 벼루, 중국 전통차와 같은 동양적인 물건들은 물론, 게임기, 카메라, MP3 플레이어같은
디지털 용품점까지 들어서면서 과거와 현대가 규칙없이 자유분방히 뒤섞인 듯한 모양을 보여준다.
전통있는 문화를 지키기보다 노골적으로 상업화된 예원상장의 모습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면서도,
스타벅스, 하겐다즈, KFC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예원' 속에 녹아들어 독특하게 변형된 모습은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볼거리다.
무엇보다도,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좁은 거리에 빽빽히 모여든 사람들과 이 소란함이
번잡함이 아닌 '사람냄새'로 와닿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원이 정겹게 느껴진다.
상해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많은 여행자들이 예원에서 기념품을 구입하는데, 거기엔 노하우가 필요하다.
마치 동남아 야시장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른다는 것.
그렇기에 매번 흥정을 해야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너무 비싸다며 돌아서려는 순간, 가격은 절반으로 또 그 절반으로 뚝뚝 떨어진다.
정가가 없을 뿐 아니라, 외국인이 아닌 상하이 사람들에게도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라고 하니 흥정은 필수, 구입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원의 과거와 오늘
상해의 대표 명소 '예원'의 중국명은 위웬, 혹은 위위안.
명나라의 관료였던 '반윤단'이 아버지를 위해 축조한 정원으로, 18년의 공사 끝에 1559년 완공하였다고 한다.
당시 중국 제일의 정원 설계자인 '장남양'이 설계한 예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중국 정원의 모든 장점을 아울렀다는 것.
넓은 공간을 수십 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누고 각각 정자, 누각, 연못, 오솔길을 배치하여 균형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예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반윤단'이 세상을 떠나자 반씨 집안이 급격히 기울었을 뿐 아니라,
19세기 아편전쟁을 계기로 영국군에 의해 심각히 훼손되면서 예원의 악운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1860년에는 군사기지로 사용되었으며, 1864년에는 예원이 아예 지도상에서 사라지기도 했다고.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근 100여 년의 혼란기를 거친 끝에,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수립되면서
1956년 중국 정부에 의해 예원은 대대적인 복구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훼손이 심각하여 원래의 예원 부지를 모두 파악할 수 없었기에,
대략 원래의 40% 정도로 추측되는 면적만 복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1961년 예원은 다시 상하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처럼 예원에 얽힌 옛 이야기를 알고나면, 어쩐지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루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한국어 안내가 없기 때문에 대략 아는 한자를 조합하거나, 영어 설명을 읽으며 '추론'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예원은 그저 머무르기만해도 지루함없이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 옥령룡
예원 내부에도 '꼭 봐야 할' 스팟이 있기 마련.
나름대로 가이드북을 보며 이리저리 찾아다녔으나
언어의 벽에 부딪쳐 전부 둘러봤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
사진 속 돌들은 내원으로 통하는 입구에 서 있는 거대한 태호석, 옥령룡.
강남 지방 최대의 수석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을만큼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 북송의 실질적인 마지막 황제 '휘종'의 수집품이었다고 하는데,
서화와 수석 수집에만 열정을 바친 철없는 황제 탓에 북송이 멸망했다고도 하니
옥령룡에 눈이 멀었을 휘종의 모습이 대략 상상이 된다.
@ 양산당
2층 누각으로 지어진 양산당은 예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이유는 바로 호수 건너편의 '대가산' 때문인데, 현존하는 중국의 인공산 중 가장 오래된 것이자
예원에서 유일하게 그 옛날 명대의 유적으로 남아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테라스에 앉아 대가산과 호수를 굽어보며 느긋하게 쉴 수도 있는 양산당.
다만 현재 2층 누각으론 오를 수 없고 날렵한 기와 지붕만을 감상할 수 있어 아쉽다.
@ 점춘당
만화루를 등지고 왼쪽으로 가면 점춘당이 나온다. '춘(春)'이라는 글자에서 대략 짐작하듯이,
이곳은 원래 반은의 침실로 들일 여자를 간택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 구사헌
수면에 비친 건물의 반영과 숲에 둘러싸인 모습이 인상적인 구사헌은 특히 여름에 빛나는 장소라고.
울창한 초록 사이로 얌전히 자리잡은 구사헌의 모습은 예원의 명물 중 하나라고 한다.
겨울이라 다소 앙상한 모습이 아쉽긴 하지만, 그 매력은 느낄 수 있었다.
호수와 함께 계곡, 오솔길, 돌다리를 재현하여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 내원
원래는 성황당의 부속 정원이었으나 예원 보수공사 과정에서 담장을 개방하여
예원의 일부로 포함시켰다고 하는 '내원'은 그래서인지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물'과 '돌'의 이미지로 가득하여 인공물이면서도 자연적 풍경의 예원과는 달리
내원은 깔끔하게 축조된 건축물로, 마치 사원이나 학당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 구곡교
사실 예원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구곡교'인데, 내가 여행했을 당시에는
사진처럼 기묘한 (다소 허접한) 모형물을 설치해두는 바람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참을 찾아 헤맸더랬다.
구곡교가 어디있냐며 아무리 물어봐도 설마 이 다리가 구곡교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
아홉번 꺾여있다하여 '구곡교'라는 이름이 붙은 이 다리는, 명성답게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꺾이는 각도마다 전혀 다른 아홉 풍경을 배치하여 '구곡교'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함께
반씨 집안에 의해 죽임당한 귀신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꺾어놓았다는 설이 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의 유래, 예원
갈수록 점점 (경치나 상황이) 재미있게 전개된다는 뜻의 사자성어 점입가경.
바로 이 예원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라고 하니, 더욱 뜻깊다. :)
사실 당시에는 점입가경이 건물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얼마나 지도를 들여다 봤었는지!
알고봤더니 점입가경은 건물이 아닌 '길'의 이름. 그것도 사진처럼 테라스식 회랑이었던 것이다.
물론 사진 속 회랑은 '점입가경'이 아니니 혹시나 오해하지 마시길!
점입가경은 양산당과 대가산 사이에 있는 인공호수의 동쪽을 잇는 회랑이라고 한다.
즉 점입가경의 길을 지나면서 양산당, 대가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기에
점점 더 풍경이 재미있어 진다는 뜻의 '점입가경'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단지 그 길 하나만의 이름이 아니라, 예원 전체를 아우르는 형용사라고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예원의 샛길, 오솔길, 회랑길을 따라 이동할 때 마다 감탄연발의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
이처럼 볼거리 풍부한 예원의 '점입가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2-3시간 느긋한 산책도 좋지만,
오직 예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차나 먹거리를 챙겨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상해를 여행하는 여행자이 가장 중국적인 공간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전통 찻집이, 예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곡교 근처에 위치한 '호심정'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찻집인데,
예원 일대를 조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앤틱하게 꾸며진 고급스러운 내부 덕에
특히 비즈니즈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찻집이라고 한다. :)
꽃차(花茶)가 60위안, 1등급 서호용정차는 약 100위안 이상이라고 하니
차 한 잔 가격치곤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저나 구곡교의 저 조형물은 정말; 좀 치워줬으면 ...)
예원으로 가는 길
예원은 난징루에서 도보로도 이동할 수 있지만, 택시가 가장 효율적이다.
지하철로 간다면 10호선 예원에서 내리면 된다. :)
지하철역이 바로 있으니 편리할 것 같지만 사실 10호선 자체를 크게 탈 일이 없었다 ...
일정에 따라 물론 다르겠지만, 나는 환승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했다.
예원은 분명 인상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스팟이 되리라 생각한다.
상해의 유일한 '전통적 공간'이자 동양의 미를 극대화한 정원, 예원에서
과거로의 산책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상해여행 - 점입가경 예원! 과거로 떠나는 산책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