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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체코

프라하 겨울여행 - 겨울이 스며든 프라하의 골목을 걷다


프 라 하 겨 울 산 책

겨울이 스며든 프라하의 골목을 걷다 

 


 


오전 7시. 아침부터 호텔을 나섰다. 거리는 어둑했다. 체코는 아직 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은 것이다.  

동유럽의 겨울이 그러하듯 체코 또한 느린 아침을 맞이한다. 8시가 넘어서야 느릿느릿, 태양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푸르스름한 새벽빛을 띠고 있던 거리는 따사로운 햇살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느리게, 잠에서 깨어나는 프라하를 바라보자 새삼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세상이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을 온전히 목도하는 것이 과연 얼마만이던가!  

   



▲ 아침이 오는 로레타  Loreta 성당

 


오늘 우리는 겨울 향내가 물씬 느껴지는 프라하의 거리를 구석구석 산책하기로 했다. 

프라하는 큰 규모의 도시가 아닌지라 트램과 같은 약간의 대중교통만 이용한다면 충분히 걸어서 다닐 수 있다.


두툼한 패딩 코트에 어그 부츠, 목도리까지 칭칭 감으니 겨울 추위도 두렵지 않다.

불어치는 겨울 바람이 두렵다면 거리 곳곳에서 여행자를 유혹하는 '핫 와인 Hot Wine'으로 몸을 따뜻하게 데우자. 

 

 


▲ 따뜻하게 데운 와인. 한 잔에 40 CZK (한화 약 2,000원)

 


▲ 16세기에 머무른 거리, 노비 스벳 Novy Svet 

 


프라하 성의 언덕에 위치한 노비 스벳은 오늘의 첫 번째 산책 코스. 이곳은 16세기에 지어진 석조 건물들이 모여있는 작은 골목길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건물의 달콤한 색채 덕분에 걷는 동안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는 곳. 골목을 따라 옹기종기 늘어선 집들이 사랑스럽다. 


이곳은 프라하 성에서 가깝고 아기자기한 골목이라는 점에서 프라하 관광 1번지로 불리는 '황금 소로'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작은 규모와 북적이는 인파, 상업화된 골목으로 방문객들의 대부분이 다소의 실망을 안고 돌아간다는 황금 소로에 비해, 

노비 스벳은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 우 즐라테 흐루슈키 U zlaté hrušky

 

무엇보다 이 노비 스벳을 찾는 이유로는 바로 프라하 맛집으로 소문난 레스토랑 때문.

론리플래닛에 소개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우 즐라테 흐루슈키'는 체코 외무부 장관과 마거릿 대처 수상도 들른 곳이라고 한다.

생선, 닭고기, 멧돼지 등 다양한 체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여행자는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라고.

 


INFORMATION


- 홈페이지 : http://www.restaurantuzlatehrusky.cz/

- 주소 : Nový svět 3, Praha 1

- 전화 : +420 220 941 244

 

 



▲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리스(wreath)들. 문의 모양도 개성만점, 리스도 개성만점!

 


12월 내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체코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란 그저 계절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문화.

그 증거가 골목에도 깊이 배어있다. 집집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화한을 문에 걸어둔 모습이 정겹다.

 

 


 


오후가 되니 프라하에는 옅은 겨울 안개가 깔렸다. 희뿌연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뿌릴 듯 보였지만 아직은 눈 소식이 없다.

흐린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짙은 붉은 빛을 뽐내는 프라하의 지붕들. 어쩌면 이 모습을 보기 위해 프라하까지 온 것이다. 

남이 찍어온 사진에 감탄만 하며, 실제로 보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던 그 풍경이 정말 눈 앞에 있을 때의 전율이란!


프라하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프라하 성과 성 주변(흐라드차니 지역),  말라스타라나 소지구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구시가지(스타레메스토)와 신시가지(노베메스토) 등이 펼쳐진다. 

그 밖에도 외곽으로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구역이 있지만, 프라하에 1~2일 정도 머무는 여행자들은 위 지역들을 둘러보기에도 바쁘다.


해가 빨리 지는 겨울에는 오전에 프라하 성으로 먼저 향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햇살 받은 건물들도 볼 수 있고, 저 붉은 지붕들이 늘어선 모습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오후 4시만 되어도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겨울의 체코

 


점심을 먹고 잠시 걸었을 뿐인데 벌써 주변이 어둑해진다. 까를교의 야경이 보고 싶었던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말라스트라나 소지구와 구시가지를 잇고 있는 까를교는 프라하의 상징이자 모든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프라하의 로맨틱한 밤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다. 

1400년 무렵 완공된 이 다리는 약 600년 동안 프라하를 지키며 역사를 함께했다. 

 


 

 


프라하를 상징하는 까를교. 따라서 수많은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곳이건만, 겨울 프라하의 풍경은 고요하기 그지 없다.

이것이 겨울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여름이면 여행객은 물론 호객꾼과 노점상, 집시들이 모여 이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없다고 한다.


멀리서 힘들게 찾아온 보람도 없이 북적이고 정신없는 분위기에 실망하는 것보다 

비록 바람은 차가울지언정 한적한 겨울에 까를교의 진면목을 온전히 만끽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그의 장사도 지금은 비수기 

 


 


바로크풍 석상이 늘어선 까를교는 역시 수면 위로 불빛 번지는 야경이 일품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면 새삼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더욱 감사하고 절실해진다. 

 


 

 


까를교 길이는 총 500m로 5분이면 건너고도 남는 시간이지만, 5분은 커녕 20분~30분 머물러도 부족할 정도다.

나 역시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실크햇을 멋지게 눌러쓴 할아버지 한 분이 등장!

장대를 척 하고 높이 들더니 램프에 불을 붙이신다. 그렇게 하나하나 까를교의 가스등을 전부 점등하시는 할아버지.

이 얼마나 로맨틱한 직업인지. 덕분에 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

 


 

 


기분은 늦은 밤인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6시. 프라하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까를교의 낭만에 취해 밤거리를 걸어 구시가지로 향했다. 


목적지는 체코 국립 도서관이 자리한 클레멘티눔 Klementinum. 

최초의 인쇄 성경인 '구텐베르크 성경'을 비롯, 세계 희귀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이곳에 위치한 미러 채플 Mirror Chapel 에서는 종종 밤마다 재즈 & 클래식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니,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미러 채플 콘서트 Mirror Chapel Concert

 


▲ 옥상에서는 멋진 프라하 야경을!

 


INFORMATION


- 공연 예매하기 : http://www.pragueticketoffice.com/venue/clementinum-mirror-chapel/

- 주소 : Clementinum, Praha 1

- 운영 시간 : daily 10 a.m. - 6 p.m

 

 

 

 


밤이 무르익었다면 광장으로 나가자. 

밤이 깊을수록 거리는 크리스마스 불빛이 더욱 화려해진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대부분 밤 9시~10시까지는 열려있다. 


1분 1초가 아쉬운 여행지에서의 밤. 체코 특유의 필스너 맥주와 함께 왁자지껄한 밤을 보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샴페인 칵테일인 키르 로열을 우아하게 한 잔 마셔도 좋을 것이다.

축제와 낭만으로 가득한 겨울 프라하는 '밤'을 즐기기에 더없이 완벽한 도시니까. 

 

 


 


다음 날, 드디어 체코에 첫눈이 내렸다. 모두가 고대하던 첫눈이었다. 

희고 뽀얀 눈옷을 입은 체코 또한 가슴에 영원히 새기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 취재 : Get About 트래블웹진 

※ 이 글은 Get About 트래블웹진에도 기고한 기사입니다.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62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