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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대한민국

강릉여행 '맛'탐방! - 감자옹심이, 물회, 막국수






강릉여행, 맛집만 찾아다닌 1박2일 



햇살이 쏟아지던 가을 아침. 이렇게 좋은 날씨에 주말출장이라니, 입이 댓 발은 나와있었던 고속버스 안. 그러나 강릉으로 가는 길 위는 온통 단풍이 물들어 황홀하기 그지없었고, 올 가을 제대로 된 단풍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던 나는 창 밖 풍경에 감탄하며 절로 마음이 풀렸다. 비록 출장이지만, 이렇게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강릉행이 점점 반가워지던 순간이었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마침 강릉에서 열리고 있던 축제들을 취재하는 내용. 그러나 잿밥에만 맘이 있었던 나는, 축제도 좋지만 강릉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먹거리'들에 더욱 열의를 품고 있었다는 것을 블로그에서만 살포시 고백해본다. 끊임없이 메뉴, 동선, 예산을 고민하며 기대를 부풀렸달까. 







사진을 다시 봐도 날씨가 예술이었구나싶다. 실은 '강원도'하면 괜히 더 추울 것만 같은 기분에, 한껏 옷을 겹쳐입고 추위에 대비했었는데... 결국은 포근하다 못해 덥기까지 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다가 다 벗어들고 다녔더랬다. 역시 사전에 날씨를 잘 확인해봐야.


나에게 강릉은 이번이 두번째 방문으로, 꽤 의미가 있는 여행지. 일전에 블로그에 포스팅했듯, 한 여름에 도피하듯 무박여행을 떠나온 곳이 정동진-강릉이었다.  그 때도 참 몸은 피곤했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는데. :) 이렇게 다시 찾은 강릉은 여전히 정답고 다정한 느낌. 위기가 항상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서울과는 역시 다르다. 물론 나의 이미지일 뿐이지만서도. 



2012/06/20 - [Travel/우리나라] - [정동진 여행] 무박2일 밤기차를 타고 - 그렇게 갑자기 (上)

2012/07/10 - [Travel/우리나라] - [강릉 커피여행] 테라로사 커피공장 & 사천진 카모메 - 그렇게 갑자기 (下)








그래서 뭘 먹었냐면 




1.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 





@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
   (033-653-0993) 강원도 강릉시 남항진동 2번지 



강릉에서 막국수를 먹게 될 줄이야. 맛집으로 소문난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는 특히 남항진점이 맛있다고. 동해바다를 마주한 '오션뷰' 부터가 일품인 이곳은 한여름 무더위에 찾으면 더욱 좋을 법 하지만, 하늘 파란 가을날도 나쁘지 않았다. 택시를 잡아타고 무작정 "남항진으로 가주세요!" 했더니 "막국수 드시러 가세요?" 하는 기사님의 센스 또한 돋보였단. 입소문 덕분인지 여기저기서 타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내부는 단체손님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만큼 꽤 넓은 편. 여기저기 연예인들이 다녀갔다는 흔적도 보였다. 

 



 

 

김치와 부추가 들어간 메밀전. 8000원쯤 했던 것 같은데. 고소하고 맛있었다. :) 에피타이저 삼아 둘이 먹었는데 양도 넉넉하고 만족스러웠다.

몰랐는데 강원도는 전체적으로 메밀이 유명한 듯. 중앙시장엘 갔더니 여기저기서 메밀전 부치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진동을 하더란.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는 6000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양 푸짐히 한 대접에 나온다. 시원한 뚝배기에 살얼음 깔린 동치미 국물이 나오면 그제야 국수 타임. 콩고물과 땅콩가루가 잔뜩 뿌려진 고소한 메밀국수 한 그릇에 절로 침이 꼴깍 넘어간다. 비빔국수를 시켜도 물국수를 시켜도 일단은 같은게 나오고, 취향껏 알아서 동치미 국물을 부어가며 먹으면 된다고. 시원하게 물국수로 먹고 싶으면 동치미를 열 국자 쯤 떠넣고, 매콤하게 비빔국수로 먹고 싶으면 동치미 한 국자에 매콤한 양념을 듬뿍 올려 비비면 된다는 말씀.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냉면과 비슷한 맛이기도 한데, 메밀면이 부드러워 훨씬 내 취향엔 맞았다.

 

 

 

 

 

 

얼음까지 아낌없이 듬뿍~ 가을바람 쌀쌀했지만 아랑곳않고 차디 찬 동치미 국물을 들이켰다는 말씀. 이런데 여름이면 오죽할까. 점심시간 살짝 비껴왔길 망정이지, 한 여름 날 점심으로 먹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하진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게 코 앞이 '남항진' 바닷가가 펼쳐져있으니 말이다.

 


 

 

 

요건 비빔국수 버젼으로 먹어 본 막국수. 매콤한 양념은 양껏 조절할 수 있으니 매운걸 못먹는다해서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을 듯. 비빔국수도 물국수도 모두 맛있었던 나로선 대만족~ (^^) 입맛에 따라 '너무 달다'는 의견들도 있는 듯. 나는 원래 달달한 동치미 국물을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다. :) 보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선호한다면 비교적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2. 강릉 감자 옹심이

 


 

@ 강릉 감자 옹심이

    (033-648-0340) 강원도 강릉시 임당동 19-22

 

 

비 내리는 이른 아침.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감자 옹심이' 생각이 퍼뜩 났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더니 마침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지 않은가! 강릉 시내가 좁은 것인지, 운이 좋은 것인지~ 아침부터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손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대략 이 즈음인 것 같은데, 하며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그럴 듯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애꿎은 지도만 하염없이 들여다보길 십 분. 그러다 "앗?" 하는 기분으로 돌아보니 코 앞에 있었던 것 아닌가! <1박 2일> 일행도 다녀갔다는 이 유명한 맛집은, 언뜻 봐서는 눈에 띄지도 않을만큼 평범한 가정집인 척, 그렇게 얌전히 길 위에 서 있었다. 

 

 

 

 

 

모양만 보면 딱 시골 할머니 댁 그 느낌. 그러나 너무 일찍 찾아온게 탈이었다. 영업 시작은 커녕, 주인 할머니께서 아침 식사를 하고 계셨던 것. 영업시작이 10시 30분이건만 9시 30분부터 죽치고 앉아있으니, 영 안쓰러우셨는지 결국 미리 주문을 받아주신다. 죄송한 마음으로 방 한 구석에 오도카니 앉아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옹심이 칼국수를 기다렸다. 그러나 슬슬 엉덩이가 들썩거려 여기저기 방 사진을 찍다가, 마침 귀한 장면을 엿볼 수 있었다!

 

 

 

 

 

바로 오늘 하루 장사를 준비하시며 감자 옹심이를 빚는 할머니의 날쌘 손놀림을 보게 된 것. 순수하게 감자로만 만들언낸 '옹심이'는 강원도의 토속음식으로 감자를 갈아 반죽으로 만든 다음 새알처럼 작고 둥글게 빚어 육수에 끓여먹는 요리를 뜻하는, 담백하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정겹기 그지없다. :)  

 

- 여기 1박 2일이 다녀갔다면서요?

- 암 그랬지. 다녀간 뒤로 손님이 너무 많아서 쉴 수가 없어.

 

바빠도 너무 바빠졌다며 불만처럼 말씀하시던 할머니.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하루 중 3시~5시에는 식사를 챙겨드시고 저녁 장사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신다고. 매일 손으로 빚어 만드는 옹심이들이니, 결국 다 떨어지면 그 날 장사 '끝'인 셈이다. (^^;) 우리는 오늘의 마수걸이. 그래서일까, 평소 불친절하시기로 소문난 할머니들 목소리가 그저 정답기만 하다.   

 

 

 

 

 

 

 

호기심에 시켜본 감자송편. (4000원) 가격에 비해 양이 제법 푸짐하다. 쫀~득쫀득 달라붙는 옹심이 속에 달콤한 팥이 들어있다. 떡도 아닌 것이 감자도 아닌 것이 오묘한 맛. 감사 옹심이 송편은 처음 먹어봤는데 사실 떡으로 만든 송편이 더 맛있긴 하지만, 한 번쯤 먹어봄직한 맛이었다. :) 물론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고, 일행은 입맛에 딱 맞았는지 집에 가서 또 쪄먹겠다며 추가로 포장도 해갔다는.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바로 이 옹심이 칼국수. (7000원) 딱 내가 좋아하는 '걸쭉한' 스타일의 칼국수로, 속을 뜨끈히 데워주는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서울에서 흔히 맛보는 칼국수들은 대부분 면이 너무 매끈하고 국물과 따로 놀아 아무리 먹어도 깊은 맛이 나지 않는데, 이런 '할머니 손맛'나는 칼국수를 만나게 되니 그저 반가울 수 밖에~ 집에서도 심심하면 칼국수 끓여먹는 '면의 여왕'인 내가 엄지손가락 치켜 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맛이었다. :)  

 


 

 

 

이렇게 숟가락으로도 퍼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걸쭉~함이 매력!

 



 


 

 

3. 사천 물회 전문

 

 

 

@ 사천 물회 전문

    (033-644-0077)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32-6

 

 

함께 간 일행이 '정말 맛있는 물회집'이 있다며 강추한 바람에 취재 일정이 끝나자마자 버스를 잡아타고 무려 1시간이나 달려가서 먹었던 사천 물회 전문.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어머 이건 먹어야해!"와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일말의 망설임없이 사천진을 향하는 버스를 잡아탔다.

사천진 바다 역시 나와 꽤 인연이 있는 곳인 듯. 평생을 가도 갈 일 없는 바다가 수두룩한데, 사천진은 고작 1년 만에 또 찾는 셈이다. 예전의 목적이 바다가 보이는 카페, '카모메'였다면 이 날의 목적은 쌉싸름한 물회를 맛보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차이.

 

 

* 2011/10/25 - [Table/차] - 강릉 카페 카모메 - 바다가 보이는 카페의 추억 (사천진 해변)

* 2011/11/22 - [Travel/우리나라] - 끝내주게 맛있는 속초이야기! - 물회, 성게비빔밥,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덤으로 속초에서 맛본 물회 이야기도 잠깐 소개.

어느 곳이 '더' 맛있다는 결론은 사실 잘 못내리겠는데 (비슷비슷한 느낌) 들어가는 해산물의 푸짐함은 단연 이곳, '사천물회전문'의 스페셜 메뉴가 앞선다.

 


 


 

 

보시라! 이 비주얼을! 비록 삼교리 막국수 먹은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탓에 배가 다 꺼지질 않아 만족스럽게 먹진 못하였지만... 그래도 역시 물회는 옳다! 전복, 해삼, 멍게, 성게, 활어가 푸짐하게 들어간 이 스페셜 물회는 15,000원. 그 밖에도 오징어 회나 가자미 회로 만든 물회도 있다. 소면이 서비스로 나오니 취향에 따라 새콤 쌉싸름한 국물에 소면을 후루룩 말아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 더 자세한 메뉴는 아래 사진을 참고하시라.

 

 


 

 

이런 바닷가에서 회를 사먹어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못 놀아본 티 내네) 이 물가가 적정 가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D

 

이토록 깨알같이 맛집 기행을 쏘다닌 즐거운 1박 2일 강릉 출장이었다!

도착하여 처음 먹은 것이 '삼교리 막국수' 그 날 저녁으로 먹은 것이 '물회'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으로 먹은 것이 '강릉 옹심이'였으니,

실로 맛있는 것만 매 끼마다 챙겨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뿌듯한 포스팅이 아닐 수 없고나.. 헤헤.